[친구] 내 친구 황정숙을 찾아주세요
초록
202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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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 수학 책을 제작하고 수입하는 출판사에 1991년 부터 다녔습니다.
어느 날 편집부에 저보다 한 살 많은 직원이 들어왔는데 성격도 활발하고 마음씨도 착한 사람이었지요.
집과 회사 밖에 모르던 저와 검도도 함께 배우고... 등산도 다니고 놀이공원도 가고...
많은 것을 그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어느 해.... 더운 여름이 시작되기 전, 롤라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 깁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월4동에 거주 했던 저는 집 앞이 버스 종점이어서 출근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퇴근이 문제였습니다.
지금 처럼 버스 중앙 차선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버스는 정류장에 정확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앞 버스가 몇 대가 있느냐에 따라 어디 서나 승하차를 했습니다.
목 발 짚은 저는 버스를 타는 것이 너무나 곤욕이었는데 장마가 시작되고 있어서 그 또한 힘든 일이었습니다.
정숙씨는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바쳐주고...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 없이 기다려 주고....
버스가 뒤에서 서면 제가 탈 수 있도록 버스를 택시처럼 잡아주고.. ^^

몇 주가 흘렀을 때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전 직원에게 도서전을 참가하고 동종 업종의 목록을 수거한 후 보고서를 쓰라고 하셨지요..

목 발 짚고 회사 다니는 것도 힘든 일인데... 도서전 참가라니.... 그리고 동종 업체의 목록을 수거하라니...
저는 참가하기 어렵다는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도서전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정숙씨가 제 옆에 있으면서 목록을 2권씩 수거해서 다음날 제자리에 놓아주었지요.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우리 집은 신월4동

동에서 서로 움직여야 하는데.... 한번에 오는 버스도 없고.... 어떻게 집에 가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미 정숙씨는 끝날 시간에 맞춰 오빠에게 차를 가지고 오라고 해서 저를 집까지 태워줬지요.

당시 정숙씨는 개포동에 살고 있었습니다.

생각할 수록 고마운 친구인데...
그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그 친구의 결혼은 갔었는데.....

제 책상위에 지금도 함께 등산갔을 때 찍은 그 친구와의 사진을 보면 저는 혼자 말을 하곤 합니다.

"정숙씨 잘 살고 있는겨? 웃으면 보조개가 쏙 들어갔었는데....
30년이 다 되어 가는 세월 속에 그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은 어떻게 바꼈어?"

사진을 보면서 말했는데 이젠 그 친구를 만나서 말하고 싶네요...

2021년 저는 30년 근무했던 직장을 퇴직했습니다.
언젠가는 한번 회사로 전화 하지 않을까 하며 정숙씨의 전화를 기다렸었는데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정숙씨 방송 들으면 꼭 전화해. 만나고 싶다.


신청곡은 김광석의 "일어나"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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