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
김소영
2001.02.13
조회 39
중학교 때...
저녁이면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줄여서 ''야자'')을 했었어요.
그래서 모든 수업을 마치고 나면, 저녁을 먹고 다시 학교로 들어와야 했죠.
그날도 어김없이 맛난 저녁을 먹고
친구 녀석들과 교실이며 학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었어요.
평소에도 원체 호기심 많고, 배운 것은 ''정말 그럴까?''하며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거든요...
물론 좋은 현상이겠지만,
이것도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있더라구요.
그날 저녁 그러니까 사건 당일...
친구 녀석 둘과 나간 텅빈 교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복도 구석에 낡은 소화기가 눈에 들어오더구요.
항상 있던 것인데, 그 날따라 제 눈에 띈 걸 보면
그 날, 사고가 벌어질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저의 호기심이 갑자기 불끈 하고 솟아나더니 저에게,
''저 소화기는 너무 오래된 것 같네.
만약에 오래됐다고 소화기 기능을 못 한다면,
그것은 선생님이 틀리게 가르친 탓인가, 아니면 저 소화기를 만든 회사 탓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실습을 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 일이 있기 몇 일전에 소화기 사용법에 대해 배웠던 것 같아요...)
~소화기를 불이 난 곳으로 향하고
~안전핀을 뽑고
~호스를 불을 향해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힘껏 잡는다...
그 순간...저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그 낡은 소화기에서는 하얀 연기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가루도 아닌 이상한 것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때까지도 전 ''와~!''하는 소리와 함께 신이 나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던 이유는,
소화기가 멈추질 않았기 때문이에요.
손잡이를 놓았는데도 불고하고 그 이상한 물질은 계속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결국 소화기는 속에 것을 모두 뱉어버리고야 말더군요.
옆에 있던 친구들이 놀라서 마구 소리를 지르는 통에, 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문제는 다음부터에요...
소화기에서 나온 물질로 인해 학교는 뿌옇게,
정말 온 학교가 1층부터 3층까지 하얗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실에는, 바로 앞도 안 보일 정도로 가득 차있었구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우리는 일단 밖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한참, 정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가루들이 가라앉기를요...
교실은 꼭 눈이 온 것처럼 하얀 가루로 덮여있었어요.
야자 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는 아무 망설임없이 그것들을 모두 치워야한다는 생각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지고 열심히 퍼담았어요.
그런데, 그것은 가루같아서 숨을 쉬지도 못할 만큼 날리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린 물을 뿌렸죠.
그런데 이 끔찍한 것들~~!!!
물에 녹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날 우린, 쇼아닌 쇼를 해야했습니다.
대충 치웠을 때 학생들이 들어왔죠. 우리의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반 옆반 할 것 없이 아이들이 ''이게 왠 일이냐'', ''학교 안에 왠 안개..?''라며 의아해하더군요.
우린 모른 척 하고 가만있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소화기를 모두 써버렸으니 보상해줘야 한다더라구요.
전 비싸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당시 의용소방대였던 아버지께 전활했어요.
"아빠, 제가 사고쳤어요. 소화기를 모두 쏘아버렸어요."라며 걱정스럽게 말하자,
아버지의 한 말씀, "그래 잘 나오더냐?"였습니다.
다행히 모두 해결했지만,
소화기의 그 이상한 가루를 치우던 그 순간만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소화기 실습은 불났을 때 하자구요...
실습 안 해봐도 정말 잘~ 나옵니다~~!!!!
김건모테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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