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부지
박인순
2001.02.13
조회 27
저는 우리 아부지 얘기를 하고 싶어서요..벌써 몇년이 지난 얘기네요...
저희 아부지께서는 워낙 더러운 것도 없고 수더분한 성격이시라서 옷도 구멍난것이나...풀물이 들은 것 뭐하여간 그런것들을 가리시는 분이 아닙니다. 식성도 마찬가지시죠...한번은 식사를 하시다가 고추장에 밥을 비비시더라구요..워낙 고추장을 좋아하셔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게 맛이 없으셨던지 거기에 물을 마시는 거예요...놀란 "거기에 물을 말면 어떻게 드셔?" 그랬죠...그러니까 아부지 말씀이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아 고추장 비빈 밥먹고 물 마신것이랑 같다나요? 틀린말은 아니지요...하여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제 시작 됩니다.
몇년전인가 명절이 지난지 한 2-3일 지났는데 화장실 변기에 뭔가가 걸려서 시원하게 내려가야 할 것들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집안 살림살이는 직접고치시는 우리 아부지께서 출동을 하셨구요...엄마랑 언니와 저. 세 사람이 큰바에서 TV를 보는 동안에 아부지께서는 열심히 변기에서 뭔가를 빼내시려고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시더니 드디어 변기에서 칫솔을 하나 발견을 하시고는 그것을 맨손으로 고무장갑도 안 끼고 그냥 맨손으로 꺼내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세 모녀는 그 사실을 알고는 다들 벽으로 붙어버렸지요...어찌 변기를 맨손으로...변기에 오고갔을 그 많은 ''변''들을 생각하면 그야 말로 까무라치기 일보직전이였지요...언니랑 저는 "아부지 우리한테 오지마...! 오지마...!" 엄마는 "영감 저리가...저리가" ....하시면서 어쩔줄을 모르시는 것였죠...세상에 저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변"이라는데...어려서 비오는 날에는 개똥이 막 굴러다녀서 바깥에도 안 나가셨다던 우리 엄마인데...
언니랑 저는 아부지를 막 피해서 "아부지랑 못자겠다. 언니야 우리 딴방에 가서 자자" 그러면서 아부지를 막 피했고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부럽다는 듯이 " 그럼 난 어쩌냐...아부지랑 같이 자야하는디..."하셨고 거기서 우리는 너무 재미있어서 막 웃고 말았죠...그런데 그때 일이었습니다. 매일 늦게 들어오던 오라버니가 그날 따라서 일찍 들어오더라구요...."다녀왔습니다."하면서 인사를 하는 오라버니의 머리를 아부지께서 그 손으로 쓰다듬으시면서 " 잘 다녀 왔냐?" 하시더군요...거기에 우리는 다들 뒤집어 지고 말았습니다. 오라버니는 왜 그러냐는 표저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아부지의 그 장난끼 어린 표정들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런 항상 만년소년같은 우리 아부지께서 이제 많이 늙으셔셔 올해 환갑이세요...그래도 요즘에는 꼭 어디 나가실때 머리에 무스나 헤어젤을 바르는 것을 잊지 않으시는 멋쟁이셔요...작년 이맘때에 큰 수술을 하셨음에도 잘 회복되시고 지금은 아파트 경비일까지 얻으셔셔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참 마음이 뿌듯하고 좋습니다. 저희 아부지 항상 건강하시구...저희 어무니하구 오래오래 행복하시구..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수고하시고요...
폐이지의비밀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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