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아줌마
권순자
2001.03.04
조회 41
저는 신림동에 사는 권순자라고 합니다. 이름을 보시고는 애 둘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올해 22살이 된 젊은 처녀랍니다.
요즘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하는데 여 주인공 이름이 ''순자''여서 걱정이 많습니다. 3월 5일이면 개강을 하는데 안그래도 놀림받아서 피곤한데 이제 어떻게 해야합니까? 저 좀 살려주세여.
우선 저는 오빠와 언니의 방송의 애청자랍니다. 생각하시기에 집이나 직장에 계시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청취할 것이라곳 생각하시겠지만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듣고 있지 않습니까? 우선 제가 애 둘의 아줌마가 되어있을때까지 이 방송 계속하셔야합니다...아셨죠?
제 사연은 아니지만 저와 몇명이 알기에는 아쉬운 이야기 같아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 이야기는 제 이모께서 식구들에게 해주신 이야기로써 이모의 친구가 저지른 사건에 대한 것입니다.
이모가 하루는 저녁에 동네 슈퍼에 가시는 길이셨데여. 그런데 걸어가는 길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싸움이 났나보다.'' 이모는 발길을 재촉하셨답니다. (불 구경이랑 싸움구경이 젤 재미있다고 하잖아여.) 그런데 그 곳에 다가가서 무슨 일인가 그 안을 들여다보는데 이모친구가 땅에 앉아서 막 울고 계시더래요. 앞에는 이모친구의 남편이 어쩔 줄을 몰라 하시구여. 엽기 아줌마는 이모를 보고서는 더욱 더 큰 소리로 통곡을 하시더래여. 이모를 붙들으시고는 "재옥아! ( 제 이모 이름입니다. 나 이 남자랑 더는 못살겠다." 면서 땅을 치시더래여. 상황을 보니 두 분이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에 옥신각신 하다가 아저씨가 아줌마한테 손을 대신거에여. 이모는 수습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아줌마가 한 성질하시는 분이라서 이모도 손을 못쓰고 있는데 아줌마가 이모를 붙들면서 또 한 마디 하시더래요. "재옥아! 빨리 경찰에 신고해줘. 이 사람 (남편)은 경찰서에 가야해." 이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라니 좀 황당해하는 모습들이었데여. 그런데 이모가 우물쭈물하자 아줌마는 더욱 더 큰 소리로 "야! 빨리 119에 신고하란 말이야!" 이런 황당한 경우가... 이모는 실수였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친구를 보았지만 친구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답니다. 그러자 아줌마 남편이 하는 말 "에라, 이 무식한 여편네야. 어떻게 119에 신고하냐? 너는 그것도 몰라?! 챙피해서 정말~!" 그 말을 들은 아줌마 발끈 하시면서 하시는 말 "흥!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아? 나 무시하지마...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는거지..." 이모는 안도의 한 숨을 쉬셨답니다. 실수구나... 그렇지만 그 아줌마는 배신을 때린 겁니다. 다음에 아줌마가 한 말에 이모는 친구를 안 할려고 했답니다. 아줌마가 이모에게 하는 말 " 야! 빨리 113에 신고해줘. 이 사람은 봐줄려고 해도 봐줄 수가 없어."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이렇게는 엽기 아줌마라는 호칭을 붙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이 있은 후 그 아줌마와 아저씨는 이모에게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하는 마음에 저녁식사 초대를 했답니다. 이모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모 식구들과 그 집에 가셨답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것입니다. 아줌마네 가족과 이모 가족이 두런 두런 앉아서 맛있게 저녁을 먹으며 9시 뉴스를 보고 있었답니다. 방송에서는 ''생태계 파괴''에 대해서 영상이 나오고 있었데여. 아줌마는 아주 관심있게 방송을 보면서 우리 이모에게 이렇게 얘기하셨데여." 재옥아! 생태계 파괴란다. 어머 어쩜 좋으니 이제 우리도 생태찌게 해먹으면 안되겠다. 우리 남편 생태찌게 좋아하는데..."
갑자기 밥상에는 찬물이 끼얹은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아줌마를 째려보는 아저씨의 눈빛에 이모 식구들은 밥그릇만 보면서 빨리 식사를 마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의 틈을 주지 않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 집을 나오셨다고 합니다. 그 다음의 아줌마의 집 안 상황은 말 안해도 상상이 가시겠죠.
지붕위의 바이올린: 아픈기억속에 너를 묻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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