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얼마전 설인사차 외갓댁을 다녀와서 제 눈시울을 붉게 만든 저의 외할머니를 소개하고자 이렇게 사연을 띄웁니다..
외갓댁을 들어서자마자 방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에 코부터 막아야 했던 저로써는 23년 세월을 그렇게 살아오신 외할머니가 안스럽기도했지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저의 외할아버지는 23년째 중풍으로 자리에 누워계시거든요...
엄마에게 들은바로는 외할아버지는 1978년 어느날 한창 젊으셔야할 나이에 중풍에 걸리셨대요.. 그때 부터 외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외할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손과발이 되셨고... 그게 어느덧 23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린거죠..
어렸을땐 외갓댁에 자주 놀러갔었는데.. 그때는 외할아버지가 어느정도는 몸을 움직일수 있으셨어요...
그치만.. 근래에 몇년간 입시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외할머니를 못뵈었었거든요.. 그사이 외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많이 늙어버리셨더라고요..
나름대로 정정하시다고 생각했던 외할아버지는 이제 대/소변도 못 가리시게 되셨더라고요... 덕분에 외할머니는 꽂꽂했던 허리도 누군가에게 90도로 인사라도 하듯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고, 얼굴에는 한가득 주름만 느셨고요...
게다가 요즘은 외삼촌마저 실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힘이 드시게 되자 외할머니는 더 근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걸핏하면 "영감... 안죽고 왜 나만 고생시키냐?" 고 말씀하시는 외할머니지만... 아직까지도 주위에서 중풍에는 어떤 어떤 약이 좋다고 하면 그래도 모르니 한번 써보기나 하자며... 약을 찾아 헤매시는 우리 외할머니...
이제 제 나이... 외할아버지가 누워계셨던 23년의 세월과 나란히 하고있는 22세의 여성이 되고보니.. 그렇게 외할아버지의 병수발에만 매달려야 하셨던 외할머니의 여자로써의 인생이... 그러면서도 실직으로 인해 조금의 도움도 줄수 없는 아들의 어머니로써의 인생이 그리 처량하다기보단.. 존경스럽기 까지 합니다..
이젠.. 우리 외할머니 연세도 어느덧 76이 되어갑니다.. 지금까지 힘들게만 살아오셨는데.. 언제쯤에나 편안한 생활을 하실수 있을지.. 빨리 그런 날이왔으면 좋겟습니다.. 그것도 홀로가 아닌 건강해지신 외할아버지와 함께맞는 그런 행복한 날이 말입니다...
이지훈-기억속에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