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랭이의 비애
박혜숙
2001.03.04
조회 39
저는 꽃다운 나이를 지난 노처녀대열에서도 말년을 지난
서른네살의 아가씨랍니다.
긴머리를 늘어뜨리고 하얀블라우스에다 검정치마를 입는 내 모습은 누구나 보아도 정숙하고 얌전한 아가씨로 보인답니다.
하지만 저의 그런 모습에 속으면 큰일납니다.
그것은 내가 어릴적부터 내려온 성격탓이지요...부모님의 어느부분의 유전자를 닮았는지는 모르지만 덜렁거리는 성격탓에 저지른 사건들을 열거하자면 말로해서는 모자랄 정도이지요. 그럼 가장 사소한 것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문을 열기도 전에 헤딩하기, 가게에 들어가다가 유리창에 머리박치기 (두꺼운 유리여서 다행이었지요) , 회사식당에서 세참으로 나온 국수의 면발만 생각하다가 바닥에 모두 엎치르기, 길거리가다가 저쪽에서 아는 친구를 만나면 전봇대를 못보고 헤딩하기와 같은 사건들로 시작해서 서울에서 전주에 오다가 휴게소에서 쉬고 버스에 올라 한참쉬었는데 알고보니 다른버스였던 사건, 뛰어가다가 버스정류소에서 대자로 뻗어 얼굴과 땅이 친구되어 환한 대낮에 별을 바라보기 (그것은 습관적으로 넘어지기때문에 지금은 친구들이 놀라지도 않더군요)등의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사소한 전적에 불가합니다.
사건은 2000년도 내가 미용학원에서 강사로 있을때 일어났습니다.
제자들의 미용사시험이 끝나고 기분을 풀어줄겸 가까운 공원에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그곳에는 몇명의 연인들과 노부부들의 행복함을 느낄수 있는 곳이었지요..
어느 공원에서 보듯이 그것은 다른 공원과 틀리지 않게 운동기구및 벤치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지요.. 그곳에는 밧줄로 올라가는 오름대가 있는 미끄럼틀이 있었지요...
그때 또다시 나의 잠재되어있는 덜랭이 습성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나는 무조건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밧줄을 잡고 오름대를 힘을 다해 오르기 시작했지요... 올래 저와 같은 성격은 남는 것이 힘이라고 했든가요... 다른사람들은 어렵게 오를 그곳을 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정상를 바라보았지요. 그런데 미끄럼틀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저의 원초적인 비명의 소리와 함께 머리위에 날아다니는 별들이 보였지요.. 그리고 저의 안경쓴 얼굴은 최악의 흉악한 몰골이 되었지요...
안경은 찌그러져 귀에 걸려있었고, 나의 눈은 아픔에 반쯤 감겼고, 나의 입은 이경규씨가 예전에 흉내낸 바보의 입처럼 벙하니 열려져있었지요... 그리고 뭉클한 아픔이 나의 뇌리에 파고듬과 동시에 나의 코에는 말로만 듣던 쌍코피가 뚝뚝!!!
저는 코피가 그렇게 많이 나올줄은 세상에 나오고서 처음이었지요...
제자들은 저를 보고 놀라움에 선생님을 무사히 오름대에서 구출하려는 일념으로 바쁘게 움직였지요.
그런 와중에서도 저는 선생이라는 입장때문에 찌끄러진 미소와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무사한다고 손으로 브이자를 그렸지요...
하지만 나의 코는 말을 배반하여 코피가 폭포수 흐르듯이 나의 인중의 사이에 두고 흐르고 있었지요... 하는 수없이 제자들의 부축을 받고 이비후과를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차마 오름대틀위에 놓여있는 철봉에 헤딩했다는 것을 고백하지 못하고 죄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있고 나서부터 저는 운동기구만 보면 치를 떨고 있답니다.
신청곡 "여행스케치의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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