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학교에 가다.
최미경
2001.03.05
조회 27

안녕하세요?
홀해 처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입학한 엄마예요.
제딸 이름은 성현이구요.
이제 이른 7살입니다.
다른 엄마들은 8살까지 채워서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순리대로 취학 통지서가
나오자 그냥 보냈어요.
문제는 학교에 멀어서 문제였지요.
저는 주변에 제 또래 아이만 보면 묶어서 보내려고 적극 노력을 했지만
다들 엄마가 한달 혹은 일주일 정도는 데려가고 데려 온다고 하더군요.
전 물론 아이도 있고 바쁘기도 하지만 그런것 보다는 아이 인생의 첫걸음을
엄마에게 의존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지난 토요일 3월 3일 입학식날 교장선생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예요.
이제 학생이랍니다.
그러니 다음 월요일 부터는 꼭 혼자서 학교에 오세요.
엄마 손 잡고 오면 안돼요.''
일요일 하루 쉬는데 날씨가 왜 이렇게 궂은지..
성현이와 저는 혼자서 학교 가는 문제에 대해서 또 심각해 질 수 밖에 없었지요.
바람에 날라가 정도만 아니라면 혼자서 가겠다고 하더군요.
교장선생님과의 첫 약속이기 때문에
오늘 날씨가 맑기를 기다렸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도 화창했어요.
여전히 바람은 불었지만 그래도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고.
아침도 일찍 서둘러 먹이고 집을 나서는 아이..
빨간 슈트로 잔뜩 멋을 내고 자기 등짝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질주하듯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앙징맞았죠.

하교 시간이 다되자...
나가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30분이 지나자 저도 고개가 자꾸만 가게 밖으로 삐져 나갔죠.
남편이 아이를 믿어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며
진득하게 믿고 있으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을 밀고
들어오는 아이.
자랑스런 모습이 역력 했습니다.
우리도 한껏 칭찬을 해주었지요.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교문앞에 서 있었는데
'' 다 혼자서 할 수 있는데 왜 저 엄마들은 믿지를 못할까?''
그런 생각만 들었답니다.

정말 대견하죠?

문제는 아이들이 학원 다니느라고 또 아이들 학원 올 시간까지
친구들과 놀 수가 없다는 거예요.
미술.피아노. 속셈 태권도 컴퓨터.. 무슨 학원 종류도 그렇게 많은지...

정말 아이들과 어울려서 학교에 가고 어울려서 학교에 오고 그런걸 기대했던
저는 학교는 엄마가 태워다 주고 오늘 길엔
학원 버스가 태워다 주는 신 풍속도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올 일년 학원 한군데도 안보내고 마음껏 놀리려던 제 계획이
과연 언제까지 지켜질 지...
저도 장담 할 수 없겠더라구요.
어쨌든 성현이가 처음으로 혼자서 학교에 간것을 축하해 주세요.
홍경인의 내 마음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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