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여기에 꼭 소개(?)하고 싶은 사연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글을 씁니다.
지금에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당시엔
너무도 황당한 일이어서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에겐 입도
뻥끗못했었어요.
물론 지금도 모르고 계시지만요.
얘기의 시작은 98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친한 친구에게 아파트 키와
자동차를 맞기고 신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두명의 신랑 친구가
김포 공항까지 차를 가지고 우릴 마주나와있었죠.
어찌나 고맙던지, 시댁과 친정이 모두 같은 동에
있어서 옷을 한복으로 갈아 입고 절만 드리고
고마운 친구들과 우리의 보금자리로 향했죠.
남들처럼 친정에서 하룻만 묵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지뭡니까.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오니
친구들이 집안을 온통 풍선으로 장식을 해놨더라구요.
안방입구엔 주먹만한 물풍선이 세개있었는데
그걸 밟고 들어가라는데 청소하는게 싫어서 그냥 치워뒀어요.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고
신랑과 친구 한명이 현관 밖에나가 담배를 피우다 밑에 지나가는
여학생에게 물풍선 하나를 던졌습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다행이도 여학생은 맞지 않고 풍선만 터졌죠.
밤중에 터지는 물풍선 소리는 꽤 컸던 것 같습니다.
음주를 한 두 친구가 집에 돌아 간다고 하기에 한사코 말리다 결국엔
작별 인사를 하고 보냈습니다.
불현 듯 신랑이 큰소리로 "물풍선 가져와, 빨리 빨리"하기에
남아있던 두개의 풍선을 신랑에게 주었죠.
베란다 밖엔 친구들이 차를 타려고 하고 있었고
신랑은 제게도 풍선하나를 주며
"니가 먼저 하나 던져, 잘 던져"라고 소리쳤죠.
평소 신랑과 전 장난끼가 많은터라
저도 친구 머리에 맞추겠다고 퓨~~~웅!
친구들은 뭐라고 비명을 질렀으나 맞아서가 아니라
주차장 바닥에 떨어져서 였어요.
신랑의 질책과 함께 신랑이 "봐, 이렇게 하는거야" 퓨~~~~~웅!
순간 "퍽"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눈앞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10층에서 던진 주먹만한 물풍선이 승용차 한대를...
깜짝 놀라 내려갔을때 차는 완전히 오픈카의 모습이었어요.
앞 유리만 빼고 유리는 다 부서졌고 차 지붕도 주저 앉아버렸고.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정비공장으로 가기로 했죠.
다음 날 아침 친구의 차주를 찾는 경비 아저씨의 다급한 방송이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어요.
경비실로 가보니 경비아저씬 밤새 도둑이 든 둘 알고 경찰에 연락을 하고
자신의 근무 시간에 생긴일이라며 자신이 책임지게됬다고 울쌍이 되어 계시더라구요.
결국 아저씨께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정비 공장으로 갔을꺼 아닙니까.
가는 중에도 여기 저기 사람들은 손가락질 하며 웃어댔고
정비 공장에선 물풍선으로 그랬다니까 통 믿지 않았죠.
신혼여행가서 애써 모아온 돈 그 묵직한 피같은 돈을
정비 공장에 고스란히 받히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 왔지요.
지금도 가끔 그 얘기를 하며 웃지만 솔직히 와낙에 거금이라
씁쓸하더라구요.
작년인가 "호기심 천국"이란 프로에서 높은 곳에서 물 풍선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는데 마음 참 아프딥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여학생이나 친구가 맞지 않았다는 거죠.
차도 부서지는데 사람이라면?
애. 우. 야-틴틴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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