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웬수여!!
박실희
2001.05.17
조회 60
우리 남편은요 운동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못말리는 광입니다.
저녁 시간만 되면 리모콘을 손에 쥐고 3개 방송사의 스포츠 뉴스를 번갈아 가며
본것을 보고 또 보고 계속 시청을 한답니다. 글씨 토시 하나 안틀리고 똑같은 내용을 옆에서 같이 보고 있자면 울화가 치밀어 죽을 지경입니다.
겨울에는요 야구 경기가 없잖아요. 우리남편이요? 여름에 했던 경기 비디오 녹화
시켰놨다가 한겨울에 본답니다.
요즘 한참 박찬호 야구 중계를 하잖아요?
제가 지금 결혼한지 2년째 접어 들었는데 사건은 작년 초여름에 벌어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혼한지 불과 2,3개월밖에 되지 않은 때였죠.
그날은 박찬호 야구 시합이 오전 11시부터 시작 되었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낮에는 집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직장 상사분이 제 옆을 조용히 오시더니 잠깐
나갔다가 오신다고 하시길래 어디 가시냐고 물었죠.
대답은 간단 했습니다. 찬호엉아 잠깐 만나고 오겠다고 황급히 나가시더라구요.
그때 제 머리를 스친것은 남편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했죠. 어디냐고... 열심히 일하느라 땀이 비오듯 한다고 하대요....
진짜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거짓말 하는줄 아냐며 더 큰소리 칩디다. 그래서 그냥 믿었죠.
(참고로 저희 남편 직업은 영업이기 때문에 낮에 시간이 쪼끔 자유롭습니다)
문제는 퇴근후 집에서였습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저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남편이 낮에 집에 들어왔다는 흔적을 찾기에 바빴습니다.
그것도 모르는 남편은 여유있게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더군요.
TV를 켠 순간 저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침에 켜놓은 채널이 그대로 있어야 하는데 느닷없는 인천방송(iTV)이 켜지지 뭡니까?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놓은 후 저는 남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며 다시 한번 물었죠. "진짜로 집에 안왔지?" 남편 바로 대답하대요.
"내가 낮에 집에 왔으면 열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아니, 마누라 뱃속에서 나왔다"
그길로 저는 다리미 코드를 꼽았습니다.
"TV 켜니까 인천방송 나오대?" 하면서 남편 손을 다리미 가까이 끌고 갔지요.
그날이요, 거짓말 했다고 다그치는 저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습니다.
그일이 지나간 후 며칠뒤 저는 또 다시 정보를 입수 했어요. 박찬호 야구 경기가 있다는 얘길 들은거죠.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회사라고 하길래
그냥 끊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같이 퇴근을 해서 집으로 들어섰죠.
별 의심없이 씽크대로 향했는데 어째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담가 놓은 설거지는 그대로 있는듯 한데 다른 무언가가 꼭 삐뚤어져 있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누가 씽크대 앞을 다녀간 흔적(?)이 있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인간이 혹시 TV를..."하며 꺼있던 TV를 켰습니다.
근데 저번에 한번 들킨탓인지 이번에는 완벽하게 아침 채널 그대로 있더군요.
다시 씽크대로 돌아온 저는 또다시 쾌재를 부르며 결정적인 증거를 잡고야 만 저의 비상한 두뇌에 감탄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없었던 라면봉지가 쓰레기 봉투에서 발견이 되었고 씻어 놓은 냄비 밑에 깔린 쟁반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를 발견한 것입니다.
결과는 뻔하죠? 낮에 들어와 박찬호 야구를 본 후 라면을 끓여 먹고 자기 딴에는
완벽하게 냄비까지 씻어놓고 간거죠.
그날 어떻게 되었냐구요? 남편은 스포츠 뉴스도 못보고 새벽까지 집이 아닌 승용차에서 제 화가 풀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나마도 제가 새벽에 협상을 하자며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앞으로 TV채널 결정권은 내가 가진다 . 내가 드라마를 보든 쇼프로를 보든 아무 소리 말고 내 결정에 따른다." 남편 왈 "네"
그날 이후 저희집은 평화 그 자쳅니다. 왜냐구요? TV 리모콘은 제가 쥐고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양파 나비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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