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을 처음 본 엄마
정은옥
2001.05.17
조회 42
오월하면 저는 무엇보다도 어버이날을 크게 생각하면서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뭇치도록 그리워 한답니다.
그도 그럴것이 2남 7녀중 막내딸. 막내인 탓도 있겠지만 유난히 엄마를 따르고
사랑하여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죠...
그리하여 옆에서 친정엄마 이야기만 하여도 아니 살아계신다는 소리만 들어도
부러움에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슬픈 편지가 아니라 웃음이 뭇어나는 편지를 써 볼까 합니다.
당시 저희는 전라도 시골에세 살다 서울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텔레비젼을 한번도 볼 기회가 없어 서울로 이사오면 무엇보다도 텔레비젼을 볼 수
있어 저는 마냥 신이 났죠...
특히 김일선수의 박치기는 온가족이 박수치며 즐거워했죠..
그런데 하루는 밖에서 돌아와 보니 엄마께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계셨죠..
깜짝 놀라 "엄마 왠일이세요?" 했더니 지금도 그 슬픔에 복 받쳐 제대로 말도
못하시고 하시는말씀이...
"불쌍히여~ 불쌍히여~"
"뭐가요?"
"저 텔레비젼 당장 내다버려라. 떡두꺼비 같은 아들들이 많이 죽었어. 죽은 송장이
저기 있는데 어떻게 한방에서 잠을 자니. 조금 있으면 썩은 냄새도 날꺼다.
어떡하면 좋으냐..." 하시며 곡을 크게 잘 울어야 그나마 천당에 가신 다면서
통곡을 하시는 거에요.
자초지종을 들으니 당시 전투라는 군인들이 싸우는 텔레비젼 프로가 있었는데
그걸 보시고 정말 사람이 죽은 줄 아셨던 거죠.
"엄마! 그건 연기하는 거에요. 정말 죽은 것이 아니에요. 나의 설득에 겨우
진정하시는 꼭 어린아이처럼 순진하셨던거죠.
또 하루는 프로야구가 개막되여 야구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 제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갑자기
"불쌍히여~ 불쌍히여~ "또 소리를 지르시는 거에요.
나는 깜짝 놀라 볼일도 못보고 급하게 나와
"엄마! 왠일이세요?" 했더니
텔레비젼에 프로야구를 가르키며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크게 소리를 지른다니.
세상에 저렇게 아프게 가슴에다 공을 던진다니. 저런걸 볼려고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든다니." 하시는 거에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엄마! 저건 아파서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에요. 글쎄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면 스트라이크!! 하고 심판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에요."
그걸 이해 못하시는 엄마 포수가 공을 잡는 것은 못 보시고 심판 가슴에다 공을
던져 너무 아파서 소리 지르시는 줄 아시는 엄마.
지금도 야구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답니다.
안치환의 생의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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