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담는 병에는 보리차만 담읍시다
김희영
2001.05.17
조회 68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31세인 가정주부입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제 남편과 제가 너무나도 잠이 많아서 벌어진
사연을 전국 방방곡곡에 알려 저희처럼 황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함이오니
글솜씨가 신통치 않더라도 애교로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때는 2001년 3월 모일.....
항상 그렇듯이 저희 부부는 워낙 잠보와 잠순이라 한번 잠이들면 여간해서는 잘 깨지않는터라 잘 때 도둑이 들어와서 저희 집을 통채로 훔쳐가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저희집 번지수는 절대로 방송나가지 않게 해 주세요. 왜냐면 이사실을 전국 도둑들이 알면 개떼처럼 몰려들테니까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잠들기전에 2살짜리 아기에게 분유를 배불리 멱여서 새벽에 깨지 않게끔 조치를 취하고는 잠이 든답니다.

해가 중천에 뜬 일요일 아침 8시경.
계속해서 배고프다며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저희 부부는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서는 서로 일어나기가 싫어서 이리 떠밀고 저리 떠밀며 서로에게 "자기야! 아기 분유 좀 먹여!"
하면서는 끝끝내 일어나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결국 아기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지게 되었고 정말로 고무신보다 끊질긴 고래심줄 같은 남편 배짱에 못이겨 제가 일어나게 되었고 반쯤 감긴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가서는 젖병에 분유를 담고서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5분의 1 정도 넣고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서 나머지 5분의 4정도를 섞어서 잘 흔든다음 다시 방에 와서는 아이를 얼레며 입에 물렸습니다.
그런데 글쎄 배고프다는 녀석이 몇번 젖병을 빨더니만 먹는 것을 거부하더라구요.
재차,삼차 시도를 했더니 그제서야 이녀석이 젖병에 분유를 먹기 시작했고 한통을 아주 깨끗이 비워버리더군요.
그리고 나서 저는 또다시 잠을 재촉했습니다. 물론 남편은 여태 코를 골며 자고 있었구요.

줄잡아 2시간 정도를 잤을까.....
글쎄 이녀석이 또 칭얼거리며 울음을 터트리더니 아닌 아침에 홍두께라고 목청이 터져라 울어대는게 아니겠습니까?
기저귀가 젖어서 그러나 하고 기저귀를 벗겼더니 글쎄 기저귀가 온통 쌧노란 오줌으로 물들어 있더라구요.
"어...얘가 왜 그러지? 어디 아픈가? 소변 색깔이 왜이래?"
그때 남편이 제 말을 듣더니 벌떡 일어나더니 냉장고로 막 달려가더라고요.
그리고 가져온 것이 노란색 보리차가 담긴 1.5리터짜리 페트병.....
아뿔싸.....
하지만 페트병에 담긴 것은 보리차가 아니라 모회사에서 피로회복제로 나오는(원비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고것이 보리차 담는 페트병에 담겨져서 냉장고 안에 떠억커니 안방차지하고 있었을까?

남편을 다그쳐서 나중에 알게된 사연인즉,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드링크제 같은 음료제품 병마개를 만드는 회사인지라....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을 사다가 제품 테스트를 하느라고 서너박스를 사다가는 병마개를 뜯어내야 하기에 내용물을 버리기가 아까와서 보리차 담는 페트병에 담아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보리차거니 하고 분유에 타서는 아이에게 먹인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처음에는 몇번을 거부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생각인데 이 녀석이 분유가 처음에는 이상한 맛이었는데 달짝지근하니 잘 받아먹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되었겠어요.....
자다가 일어나서 머리는 미친년놈처럼 산발을 해가지고 잠옷바람에 일어나서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들고 뛰었답니다.
병원 응급실에 가니 아이 얼굴이 하얗게 창백해져서 계속 울기만 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는 히쭉히쭉 웃으면서 소변으로 나오면 조금있다가 회복이 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저희 부부는 서로의 세트 잠옷과 부시시한 얼굴을 쳐다보며 잠깐동안 히히대며 안심을 할수 있었답니다.

그날 제 아이가 먹은 분유가 260밀리리터.
그중에 30밀리리터는 물이고 나머지 230밀리리터 그러니까 피로회복제 두병남짓을 먹은 셈입니다.
참고로 성인이 하루에 마시는 피로회복제는 딱 한병이 정량입니다.
그사건이후로 저희 아이는 별탈 없이 잘 자라고 있고 그대신에 저희집에는 그날이후 피로회복제가 절대로 발을 붙있수 없는 집이 되었습니다.
티티마-Karma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