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누군가에게 하소연도 하고싶고 조언도 얻고 싶어 써보았습니다.
저는 중 3아들 때문에 요즘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혼자 공부하면서도 전교 수석도 몇번하고 지금도 반장을 하고 있는 아들은
학교에서 알아주는 모범생이었습니다.
너무 이성적이고 차분한것이 흠이라고들 했지요.
이 아이가 올 봄부터 공부는 등한시하고 컴퓨터에 몰입을 하면서 저와 충돌이
자꾸 생겼습니다. 저는 사춘기의 아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감정을 자제
하려 했는데도 말다툼이 늘고 언성도 점점 높아졌습니다.
6월초 일요일, 아침부터 언쟁을 하다가 급기야 저는 아들에게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그길로 아들은 나가버렸지요. 점심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 너무 괘씸했습니다.
어릴때부터 폭력이나 폭언도 없이 아들을 키웠는데 이제는 강하게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 12시경 인기척소리에 나가보니 친구애가 아들을 집에 들여보내려고 몸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황당했지만 저와 힘을 합쳐 간신히 집안으로 끌어 들였습니다. 뛰쳐 나가려는걸 붙잡자 벽에다 머리도 박고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려 고도 하고 아뭏든 그날밤은 악몽이었습니다.
그날이후, 아들은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습니다. 가면쓴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저와 눈도 마주치지않고 집에서는 식사도 않하고 밤 12시가 지나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영영 안들어올까봐 저는 가슴을 졸이며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식사를 하도록 타이르는 남편에게 아들은 단호하게 "싫어"라고 했습니다.
아빠를 잘 따르고 공손했던 아들의 반응에 남편도 놀라고 서운해 하면서도 일시적이려니 하면서 아들을 믿더군요.
저는 혼자 있을때 후회도 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을 주었는데 몰라주는 아들이 괘씸해서 울고 ,분노와 앙심을 품은채, 끼니도 걸러가며 방황하는 아들이 불쌍해서 울고, 유난히 그 아들을 편애하고 가정밖에 모르는 남편이 가여워서 울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사이도 좋고 가정도 화목했거든요.
아이들 정서를 우려해 남편은 제가 직장생활하는걸 원하지 않았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너무나 번한 아들을 이해할수 없어 충걱이 컸던 우리는 서로를 가여워하며 격려했습니다.
방과후에 아들은 친구집과 학교주변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우다 자정이 되어야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친구애 엄마가 아들을 타이르니 잘 알아듣더래요.
희망을 가져봤지만 2주일 3주일이 되어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상담차 찾아간 학교에서 저의 고민을 듣고 아들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변화가 없더랍니다. 아이와 상담도 해보았는데 전혀 문제를 드러내지
않더래요. 여전히 모범생인 것이지요. 그리고 저에게 아들을 간섭하지 않으면 돌아올거라고 충고도 해줬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학교 벤치에 있더라는 연락을 받고 남편이 나갔습니다.
학교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아들을 보고 반가워 팔을 벌렸는데 아빠를 피해
집의 반대방향으로 달려가 버리더래요.
눈도 마주치지 않는 아들과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고 찾아간 남편은 억장이 무너지는것 같아 울었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저도 울었습니다.
자식의 존재가 대단하더군요.
그때부터 남편도 변하기시작해 술도 많이 마시고 매사에 의욕을 잃어갔습니다.
아들한테서 관심을 돌리려해도 잘 안되데요.
저는 옛날부터 청소년 상담프로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의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문제아들을 보면서 ''저런 자식은 없는게 낫겠다"라고 생각했던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그런 자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매달리게 되더군요.
어느 토요일 일찍 들어온 아들이 대견해 점심준비를 하던 저는 가방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 먹는 아들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은 컴퓨터를 켜더니 오락을 했습니다. 밤 12시가 넘도록 계속하는
아들을 보며 속만 태웠습니다. 컴퓨터가 안방에 있어 제가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아랑곳 하지않던 아들은 다음날 아침 7시가 되서야 자러갔습니다.
식사도 거른채 죽은듯이 잠만자는 아들의 조그맣고 야윈 얼굴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아들은 오후에 일어나 다시 컴퓨터 앞에 않았습니다. 무표정하고 멍한 눈빛의 아들을 참견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해야했던 저에게는 피를 말리는 고문이 따로 없더군요. 차라리 안들어오는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저께는 연락도 없이 외박을 해서 남편과 저는 속만 태우며 밤을 샜습니다.
아침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나무라니 " 상관하지 말랬잖아" 하면서 당당하게
가방을 들고 나갔습니다. 어제부터 시험이 시작되어 도서관에 간것 같아요.
나름대로는 성적관리도 한다기에 짐작일 뿐이지요.
가정은 엉망이 되어가는데 학교생활은 깔끔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달이 지났는데 이 독한 아들은 눈하나 깜짝않고 저는 남편이 걱정됩니다.
이제 곧 방학인데 얼마나 더 변할지 모르는 아들을, 그냥 두고 보는 것밖엔 방법이 없을까요?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군요.
이선희-후회는 이제 너의 몫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