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쟁자
나영인
2001.07.06
조회 32

개를 특별히 싫어하는 유전자를 갖고 나는 태어났다.
더군다나 처녀 적에 개를 물린적이 있어서 더욱 개를 싫어했다.
수원에 사는 우리 오빠는 개를 싫어 해서 부인이 기르는 개를
다른사람에게 주어 버리는 정도니 개를 싫어하는 집안 임이 분명하다.
19년전 맞선을 봐서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나를 첫눈에 반했다 했다.
그런데 남편이 나를 좋아하는지 개를 좋아하는지 구분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결혼 했을 때 벌써 개가 집에 있었지만 나는 개가 워낙에 싫고 무서워서
개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남편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지만 개를 기르지 말자는 나의 소원은
들어 주지 않고 19년을 버텨왔다.
똥개로부터 시작해서 아키다, 푸들, 요크 샤테리아, 세인트버나드, 진돗개,
그레이트덴,도사견,세퍼트, 등 등 안길러본 종류가 없이 다길러봤다.
개가 집에 들어 올 때마다 속앓이를 하는 나는 개와 이제 사랑 싸움이 시작 되겠구나. 나의 자유도 끝이 났구나 한다.
개와 사람과는 다른 짐승과 달라서 교감이 오가니 하루에도 시간만 있으면 들여다 보고 이름을 부르고 놀아 준다.
혹여라도 사슬이 풀려서 돌아다니게 되면 바깥에는 나가지도 못한다.
개들의 행태도 갖가지라서 어떤 개는 하도 울어대서 내쫒긴 개가 있는가 하면
며칠전까지 길렀던 개는 음식을 다먹고 나면 그그릇을 가지고
해딩을 하면서 노는 기이한 습관이 있고
또 배가 고프면 밥 그릇을 가지고 헤딩을 하면서 위로를 삼는다 .진돌이라는 이름의 이 진돗개는 하도 시끄러워서 다른 집에 유배를 보냈답니다
세인트 버나드를 기를때는 얼마나 기운이 센지 목사리를 모두 끊어 버려서나중에는 차 끌때 쓰는 쇠사슬로 목에 매 주고 집도두꺼운 목재로 집을 짓고 받침까지 해서 그 집에 매 주었는데 집의 무게가 50kg은 될텐데 그걸 끌고 다니면서 노는 거예요. 급기야는 쇠사슬을 끊고 집을 나갔는데 복날이 가까운 때라서 모씨에게 잡아 먹혔다는 후문이 들리더라구요.
급기야는 개때문에 우리 사이가 완전히 갈라질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어요.개를 좋아하는 형부는 각종 개를 다 기르는데 형부네 집의 도베르만이라는 사냥개라든가 경비견이라든가하는 개가 새끼를 낳자 나는 남편에게 절대로
개를 다시 들이지 말자고 도베르만 기를 생각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답니다.
자기도 그러겠노라고 했죠. 어느날 시골 형부네 집에 갔는데 쑥덕쑥덕하는 폼이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절대로 개를 주지 말라고 형부와 언니에게 신신 당부를 했죠.남편에게도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고 모두들 알았다고 했지요 .
다음날 우연히 뒤꼍을 보니 검정개가 멀뚱하니 서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웬 동네 개가 우리집에 와 있나 해서 가라고 소리지르고 빨리가 빨리 하며 고함을 치는데도 개는 갈 생각을 안하는 거예요.
바로 그때 뇌리를 스치는 생각 혹시 어제 언니네 집에서 개를 가져왔나?
어제 2시간 동안 차타고 오는 동안 개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또 개를 싣는 것도 보지 못하고 그만한 등치의 짐도 보지 못했는데 참 신기한 일이라. 어떻게 우리 집에 저 개가 우리 집에 와 있을까 생각하니 기가 막히더라구요.
어쨋든지 나를 바보로 만든 남편이 너무나 얄밉고 속상해서 계속해서 울었답니다.
울면서 더이상은 참고 못살아 개기르는 걸 이제 그만둘 때도 되었는데 그러기는 커녕 나를 속이기 까지 하다니 이제 이혼해야지 더 이상은 참고 못 살아 하면서
억울해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습니다.
잘못 했다고 빌면서도 끝까지 개를 기르지 않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더군요,언니네가 멀리서 2시간을 달려와서 나를 달래고 합동 작전으로 우리 가정의 평화를 찾아주었답니다.
어쨌든지 큰 폭풍이 지나간 다음 물어 보니 그 개를 몰래 싣고 오느라고10년은 수명이 단축되었을거라구요.탐정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었었다나
개를 몰래 싣기는 실었지만 짓기라도 한다면 당장 난리가 날테니 가슴을 졸이고 또 개도 협조를 많이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개좋아하는 유전자를 받은 우리 아이들 셋 때문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묵묵히 고난의 길을 가고 있답니다. 아들과 딸둘과 아빠가 모두 밖에 나가서
개와 놀때면 난 다시 혼자가 되어 버린답니다.
이제 복날이 다가오는데 불쌍한 그개들에 비하면 우리집에 오는 개들은 정말로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박기영 내가 생각했던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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