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에게도 이따금씩 희망이 보인다
강윤미
2001.07.06
조회 32
남들에게는 이미 점심시간도 지난 오후 3시...
드디어 눈이 떠졌다.
어제도 밤새 채팅하느라 제때 잠을 못잤다.
엄마도 이젠 포기하신듯 종일 자도 아무말도 안하신다...
배가고파 물에 젖은 솜처럼 축처진 몸으로 방문을 열려다...
옆에 걸려진 거울에 귀신이??
아악~~ 대낮에 귀신출현!!
허나... 그건 사방으로 흩어진 색이 바랜 연두색 머리에 내모습이었다...
하도 손질을 하지않아 군데군데 짙은 머리가 자라나있다.
놀라고 난 후라선지 더 배가 고파왔다.
그래도 여자인지라... 뭉개진 머리를 대충 손으로 빗은후에 방문을 열었다.
엄마가 동네 잔치라도 났는지 온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갈비를 굽고, 잡채와
떡... 먹음직스런 뻘건 수박이 뾰족뾰족하게 잘려있고...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순간 내게 꽂혀온다.
"아유~~ 누구야 집에 있었구나?"
"누구야 밥은 먹었니??"
"이리와~~ 이리와 앉아~~"
맘 같아선 선뜻 ''네에~~*^^*'' 하며 앉고 싶었지만...
백수딸이 챙피한지 엄마는 순간 필살의 째림을 날린다.
항상 먹는걸 보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지라...
차려진 상쪽으로 달려가던 나는...
"아니에요... 급히 나가봐야해서요... 호~"
하며 욕실로 들어가 초스피드로 씻었다.
왜냐면... 솔솔 풍겨오는 음식냄새에서 한시라도... 아니 일분일초라도 빨리
탈출해야 했으므로...
나의 자제력은 거기까지란걸 난 너무도 잘 알기에...
욕실문을 열고 나오니... 기름기가 쫘르르륵~~ 흐르는 갈비가 불판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다.
순간 꼴깍하는 침넘어가는 소리와 눈엔 눈물이 찔끔나왔다.
''아~~ 저 갈비 한점만 먹었음 좋겠다...
꼬로록 거리는 배꼽시계가 엄청 울려댔지만...
방으로 들어와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봐도 꼼꼼히 화장하구 차려입으면... 절대 백수로 보이지 않는다.
나오는길에... 아주머니들은 잘 다녀오라고만 하신다.
앉아서 먹으라고 한마디만 더 해주시면 앉을라구 맘먹구 있었는데...
바쁘다고 고기 한점만 낼름 입에 넣구 떡하나만 꼭 찝어서 나올라구 했는데...
우쒸~~ 작전미쓰다!!
밖으로 나와서 어디로 갈까 궁리를 하다가...
명동에 쇼핑하면서 친구나 불러내야겠다... 하고 맘을 먹고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는데... 설마... 하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서둘러 지갑을 열어보니...
딸랑 천원짜리 한장과 이백육십원이 들어있다.
이미 교통카드의 잔액이 비워진지는 오랜데...
일단 나가서 친구를 불러낸후에 차비를 꿔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버스를탔다.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내가 핸드폰이 있다니까 놀라운가??
요즘은 백수아니라 홈리스들도 핸드폰은 있다더라...
옆집 꼬마는 초등학생 인데도 내 핸드폰보다 더 신형 들구다니더라...)
연신내에서 종로에 갈때까지 내내 전화를 했지만...
어느누구하나 받는 놈이 없었다.
''불안함이 밀려온다... 이사태를 어떻게 넘기지??''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무작정 명동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돈도 없으면서 여기저기 들어가 쇼핑을 했다.
물론 그냥 물건만 만지작거리며 눈만 즐거운 쇼핑이었다.
어두워지는데... 여전히 친구들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걷다가 목이 말라 캔커피를 하나 사마셨는데...
이제 남은 돈은 이백육십원뿐...
멀리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게임기가 보인다.
백원짜리를 넣고 게임에서 이기면 돈이 나오는 그런 게임기다.난 결심했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다!!''
백원 짜리를 하나 넣었다.
''가위 바위 보~~ 졌다~~
우이쒸~~ 이런 몹쓸것!! 내돈을 먹어야??
잠시 망설이다 어차피 시작한 것...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동전도
떨리는 손으로 넣었다.
''가위 바위 보~~ 비겼다~~ 가위바위보~~ 비겼다~~''
우쒸~~ 사람 간졸이게 왜 자꾸 비기는거야??
''가위바위보~~ 이겼다~~ 두두두두두~~''
항상 길거리에서 지나다니다 보면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짜증이 나곤 했는데...
두두두~~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 숫자판에 불이 돌아가며 나는 기계음은 천상의
목소리보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걷다가 힘들면 버스 정류장에 놓여진 의자에서 한참 앉았다가... 걷고...
그러다 또 쉬었다 걷고... 그러다 죽을둥 살둥 겨우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11시가 가까워있었다.
정말 죽을것만 같았다.
다리가 퉁퉁붓고, 배가 고푸다못해 아팠다.
들어오자마자 밥통부터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이 휑~~하다.
"엄마~~ 밥 없어??"
"다들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고 해서 안했는데? 지금 이시간에 무슨 밥이야?
살쪄!! 그냥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마도 난 줏어온 자식인가보다...
모든걸 포기하고 축쳐진 어깨로 방문을 여는데...
침대위에 날 반기고 있는 비닐 봉지가 하나 있었으니...
그 비닐봉지엔 전국 어~~디에서나 하얀색 양복을 입고 사람들을 반기는
치킨집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난 허겁지겁 치킨을 뜯었다.
비록 식어서 질깃한 껍질에서 기름이 잔뜩 묻어나왔지만... 난 가릴것이 없었다.
아니... 배를 채울수만 있으면 못할것이 없었다.
둥그런 커다란 상자에 가득 들어있던 치킨이 반쯤 자취를 감추자..
''이게 왜 여기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언니방문을 열었는데...
하루종일 피곤했는지 언니가 곤히 자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궁금했기에 언니를 살살 흔들어 깨웠다.
"언니야? 저 치킨 니가 사왔어?"
"응... 아까 야근하면서 이사님이 사다주신거야..."
"진짜?? 근데 왜 들구왔어?"
"달봉이랑 똘이(집에서 키우는 푸들이랑 믹스견) 먹일라구 들구왔는데...
애들이 한조각씩 먹더니 안먹는다구 그래서..."
허걱~~ 난 강아지들도 안먹는 치킨을 그래 좋아라 먹어댔던거다.
''이 웬수~~ 개도 안먹는걸 하나뿌니 없는 동생한테 넘겨?? 이런~~''
벌컥 화를 내려다.
"용돈 떨어졌지? 니방 책상위에 돈 올려놨어. 나 자게 좀 나가줄래?"
뭐라구?? 치킨에... 용돈까지?? 심~~ 봐~~았~~~다~~~
난 돌연 마음이 돌아섰다.
화낼라구 인상까지 구긴 상태였는데...
내천자가 그려진 내 미간은 어느새 활짝 다림질을 해버렸다
"그래그래~~ 피곤하겠다. 잘자 엉야~~"
귀찮다는듯 퍼덕이는 언니를 궂이 꼬옥 끌어안구 뽀뽀를 날려준후에 방으로 돌아왔다.
책상위세 하얀 봉투를 열어보니...
쫌 후줄군하게 구겨져 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시퍼런 만원짜리가 열장이나 들어있다.
아싸~~ 정말 심봤구나.
오늘 고생한거에 대한 보상인가보다!! 으흐흐흐~~
피곤함도 잊고 콧노래를 부르며 커다란 크린싱 크림을 찍어 화장을 지우고
세안을 한후에 잠이 들었다.
"아아~~ 인생은 이래서 살아볼 가치가 있나봐~~ 으흐흐흐~~"
오늘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백수에게도 작은 희망은 있다.
그대들의 주위를 둘러보라!!
혹여 집에 콕 틀어박혀 시체놀이나 호떡놀이를 하고 있는 동생이나 혹은 언니나
오빠가 있으면 주머니에서 용도를 알지 못하는 지폐를 발견하면 조용히 그들에게
쥐어주라!!
그럼 그들은 다시 태어나는 행복을 느끼게 되리라~~
신청곡-신인가수 ''v2''의 ''fantasy''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