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이야기
심경희
2001.07.06
조회 33

저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규칙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목욕을 갑니다.
목욕을 가서는 두 아이를 먼저 씻기고 저도 목욕을 하게 되는데 참 힘듭니다.
그러니 목욕을 다녀오면 기진 맥진 해 지기가 일쑤죠.
그래서 주로 아이들의 떼를 밀어 줄 때는, 왜 목욕탕 구석에 떼미는 장소가 있잖아요. 밀대라고 하죠. 그곳에 아이들을 눕혀 놓고 씻깁니다.
그게 훨씬 수월하니까요. 해서 저는 다른 사람이 먼저 씻고 있는 밀대
근처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밀대가 비기가 무섭게 저는 얼른 차지를 해서 아이들을 밀어주기 시작했어요.

큰아이를 다 씻기고 이제 둘째를 씻기려고 하니 옆에 있던, 나이가 좀
지긋이 든 아줌마께서
"저~ 제가 먼저 좀 하면 안됄까요. 어른들이 힘들어해서요" 하시더군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더니요. 그 아줌마 뒤에는 정말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가 두 분이나 계셨어요. 저는 "그러세요" 라고 양보를 하고는
그 옆에서 아이에게 팔 내밀어라 다리 들어라 해가며 번거롭게 씻기면서
그 아줌마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아줌마는 그 두 할머니를 밀대에 눕혀 놓고 구석구석 시원하게 떼를 밀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떼를 밀어 주시면서 어쩌면 그렇게 친근하고 흐뭇하게 얘기도 잘 하는지요. 고령의 할머님들이 흐뭇해하시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미소를 지으시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한 분은 시어머님이고요. 다른 한 분은 시어머님의 둘도
없는 친구 분이래요. 그 두 분을 똑 같이 그렇게 정성을 다해 떼를 밀어
들이는 겁니다. 게다가요. 또 한 젊은 여자 분을 밀대에 눕히데요.
얼핏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젊은 여자까지 씻겨주는 거예요.
역시 나중에 안 사실인데 "우리 딸인데 야가 장애자여~" 하더군요.
정말 자세히 보니 말도 잘 못하고 움직임이 달랐어요.
밀대를 양보해 주었는데 연속해서 세분이나 목욕을 시키니 처음엔 아줌마께
뭐라 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그 상황을 파악하고는 이내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50이 다 됐다는 그 아줌마, 고령의 두 분을 그렇게 정성껏 재미난 이야기하면서
떼를 밀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동 받았어요.
간혹, 아니 어쩌면 대부분이 장애자라면 들어 내놓기 싫어서 감추고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장애자 딸까지 즐거운 표정으로 목욕을
시키는 그 아줌마를 통해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 한 몸 목욕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쩔쩔매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그 아주머니의 넓고 착한 마음은 참으로 빛나는 모습이였어요.

처음 그 아줌마를 알게 된 다음부터 이번 일요일까지 3번을 만났는데
변함 없이 그렇게 세분과 함께 목욕을 오셨더군요.
참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같으면 한번 하기도 힘들어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저 시어머니하고 목욕간 적이 한번도 없답니다.
어머님께서 멀리 사시기도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 그 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경민 너만을 위한 사랑

질문: 방송하실 때 COMPUTER는
어디다 놓고 사용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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