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은 수박 뒤집어 쓴 일
김현영
2001.07.06
조회 25
안녕하세요.
수박이 한창 쏟아져 나오고 가격이 내릴 즈음엔 꼭 생각나는 사건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때가 1974년 여름방학 때 였어요.
무더운 여름 한 낮을 넘길 즈음 아버지가 부르셨다.
"얘들아, 얼른 나와 수박 걷자!."
이제 수박도 수확이 끝날때였고 막바지 수박을 따고는 수박 줄기를 걷어야만 했다.
그리곤 다시 그곳을 갈고 정리해서 김장 배추를 심어야 했기에 아버진 우리 형제를 부르셨다.
한참을 수박을 걷었고 곧 끝이 날 무렵 예기치 못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막바지 수박을 걷을 땐 썩고 상한 것이 나오기 마련이다.
주먹한 수박 부터 머리만한 크기까지 다양했고 우린 그걸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뻑뻑 잘도 터지고 익지 못한 수박은 깨지고 밭은 금방 냄새며 붉은 색
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동생이 던진 상한 수박이 그만 언니 머리를 뒤집어 씌우고 말았다.
첨엔 웃지도 못하고 멍하게 있다고 웃음을 참지 못한 우리 형제는 그만 주저 앉아 웃기를 시작했다.
아버지도 어이가 없었는지 웃고만 계셨고 커다란 수박 하나 주시면서 얼른 냇가 가서 놀다 오라고 하셨다.
우리 형제는 수박을 물위에 동동 띄우고는 맘껏 멱을 감았다.
입술이 파래서야 물속에서 나왔고 주먹으로 힘껏 수박을 내리쳤다.
수박은 그렇게 엉망으로 깨져 버렸고 우린 한 웅큼씩 집어 들고는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옷이 거진 말라갈 무렵 우린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고 신나게 정말 재밌게 놀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 우리 형제는 가끔씩 그때 수박 사건을 얘기 하며 지금도 웃는다.
지금은 수박 밭도 없고 따 먹을 조금의 수박도 없다.
다만 추억속으로 잠긴 그일을 떠올리며 마트에서 가게에서 사 먹고 있다.
그때 만큼 맛은 없지만 재밌던 수박에 얽힌 추억이 그리울 뿐이다.
여전히 그곳엔 부모님이 농사지으시며 살고 계신다.
강산에 자유새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