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전 일기
김영복
2001.07.06
조회 26
안녕 하세요?
오늘은 소나기가 내렸답니다.
더위도 소낙비에 좀 식은듯 하네요.
저는 두분께서 진행하는 여성시대의 고정 펜 입니다.
차로 이동이 많은 일을 하니까 어김없이 소중한 사연들을 듣죠.
어쩌다 사연이 끝나기도 전에 내리게 되면 집에와서 6살 아들이 열중해서 보는
만화 볼륨을 줄이고 다시 듣기를 한답니다.
9년전의 일기를 저는 항상 장농속에 넣어두고 가끔 지금은 아주 가끔 꺼내보곤 합니다.
물론 처음엔 하루에도 몇번이나 꺼내면서 울기도 많이 했는데 세월탓도 있지만
생활에 쫒겨 살아야 하는 현실 탓으로 핑계를 대신 합니다.
" 1992년 7월 18일"
잠들려다 엄마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솓아진다.
한참을 울다가 1시종을치는 소리에 다시 잠들수가 없어 펜을 잡았다.
엄마 아버지는 이렇게 전희를 두고 다른 세계에 계신다.
엄마 보고싶어.
아니 엄마 죄송해요 아버지 죄송해요.
아직 첫 제사도 안 지낸 엄마 그리고 4개월 전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는 언제나 보수적이고 무서우셧지만 정은 특별히 많으셧다.
아버지 제가 신정때 아버지 뵈러 갔을때였죠.
아버지는 엄마를 애타게도 그리워 하셨어요.
막내딸 저의 손을 잡고 울면서요.
전희야 엄마 생각나아? 엄마 제사날은 기억 하나아?
엄마 잊지 마라고 그렇게 우시는 아버지는참으로 불쌍해 보이기도 했지만
미웠답니다. 엄마를 잊지 못해 술로 세월을 보내고 계신게 싫었거든요.
왜 그토록 우셔야 했나요? 딸 앞에서.
제 마음도 아팠지만 아버지 맘 보다 아팠겠읍니까?
제가 눈물 흘렸지만 아버지 보다 많이 흘렸겠읍니까?
설(구정)에 같이 산소 가자고 하시면서 또 그렇게 우시고......
제가 그때 처음으로 막내딸인 제가 용돈 드린다고 2만원을 드리자 아버지는
끝내 받지 안으셨죠. 비록 적은 돈 이지만 매일 받아쓰기만 하던 제가 처음 드리는건데 화 까지 내면서 그 돈은 다시 내 손에 쥐어지고 말았읍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눈물이 한 없이 밀려나는걸 멈출수가 없었다.
부모의 마음이 그런것이구나 생각하니 엄마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버지는 그렇게 슬퍼 하시며 어린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아버지!
돌아 오는 저에게 그러셨죠.
구정때 꼭 와야 된다고.
부탁하듯 명령하듯 애원하듯 저의 뒷모습에 소리쳤죠.
나는 차마 돌아 볼수가 없어 그냥 고개숙이고 걸었다. 눈물이 길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이었다. 아마 아버지께서도 나와 같이 눈물을 흘리고 계시겠지....
고속버스에서 울음이 또 밀려와 고개숙여 참으려 했지만 ...
남의 이목 신경쓸 틈도 없이 울고 말았다.손수건이 흠뻑 젓도록.
이젠 아버지가 남기고간 추억만이 있을뿐 .....
아버지 어머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엄마 병간호 해 드릴때 좀더 정성껏 못한거 후회 많이 합니다.
엄마는 21년을 나를 지켜주었지만 나는 단 몇달도 못했으니.
그리고 엄마의 마지막 부탁 지키지 못한거 정말 죄송해요 .
그땐 정말 그런 힘이 없었어요.
제가 아버지 곁을 지켜드리지 못한건 두고두고 가슴 아플거예요.
위암으로 야위어 가는모습 뒤에 죽음을 맞은 엄마.
6개월뒤 뇌 출혈이라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병실.
대학병원 중환자실이 그런 곳인줄은 생각조차 못했었다.
한마디로 무서웠다. 목으로 가래를 빼야 하는것도 차마 볼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수 없는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계셨다.
딸들이 반가웠을까?
수술을 했지만 아버지는 오래 견디질 못하셨다.
목이 터지도록 부르고 울었건만 아버지는 엄마와 같은 길로 누워 가셨다.
차디찬 땅 속으로 . 삼오날 눈도 많이 내렸다. 온세상이 하얗게.
하지만 세상은 검은색이야.
무심한 하늘은 눈만 뿌릴뿐 아무런 희망과 용기도 주질 않았다.
울고 또 울고 눈물이 말랐을까?
그때야 생각했다 아버지 어머니 좋은곳에가셔서 다시 만나 행복 하시길...
밤이면 이불속에서 울었다 엄마 아버지의 숨 결이 그리워서.
비록 거친 숨결이지만 그리고 그땐 몰랐지만 이젠 그 모든것이 그립습니다.
부모님은 언제나 내 곁에 계실줄 알았는데 ..........
친구들도 만나기 싫어졌다.
친구들은 부모님이 다 계시니까.
아버지 김 진옥
어머니 양 성순
끝까지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보고 싶어요."
9년전 일기를 전 버릴수가 없어요 .
누렇게 변한 노트속에 지금은 사라졌지만 눈물로 얼룩진 날들이 많았어요.
변진섭 노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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