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끌고 가는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며...
정미정
2001.07.08
조회 25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내기 주부랍니다.새내기 주부가 신랑이야기를 조금 하려구요.
어제 밤에 집근처에서 신랑이 선배님과 술을 마신다기에 운동도 할겸해서 마중을 나갔어요. 근 밤 11시가 다 되어서요. 우리 신랑은 선배님과 둘이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난 후라 얼굴 뻘개져 있었답니다. 그리고 선배님과는 헤어지고 나서 집을 향해 둘이 언덕을 걸어가려구 하는데, 한 할머니가 그 시간에 무거운 짐을 끌고 가시더라구요.

의리에 찬 우리 신랑 그냥 지나칠 수 없죠. 사실 전 지금 홀몸이 아니라서 제 몸두 건사하기 힘들었는데 신랑이랑 함께 할머니의 짐을 옮겨 드렸답니다. 할머니는 언덕 위쪽에 아주 조그마한 방 하나에 살고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일은 그렇게 끝난게 아니였어요.

할머니는 그 밤중에 폐품을 주어다가 용돈을 벌어서 쓰시는 거였는데, 500미터 정도 되는 곳을 한번 더 갔다와야 하셨어요. 그래서 우린 한번더 폐품을 주워다가 할머니댁까지 모셔다 드렸답니다. 왔다갔다 하면서 우리 신랑은 몸집이 조그마하신 할머니를 업어다 드렸고, 그 짐은 제 차지였거든요. 얼마나 힘들던지 땀이 다 나더군요.
그러고나니까 밤 11시 30분 정도여서 ''이젠 집에 가겠구나'' 생각했죠.웬걸요. 아직 그시간까지 할머니가 식사를 못하셨다는 거예요. 장승배기 근처 밥집을 돌아다니며 한군데 발견한 곳이 ''순대국집''이여서 순대국과 모듬순대 한접시를 맛있게 먹었답니다.
''고마워요'',''고마워요''를 연발하시며 식사를 하시던 83세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잠이 잘 안오네요. 식사를 한후 할머니께 얼마안되는 돈을 주머니에 넣어드렸어요. 식사라도 사서 드시라구...
사실 저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거예요. 전 그냥 신랑이 하자는대로 따라 한것 뿐이구요.
이렇게 마음 따뜻한 우리 두 사람에게서 태어나는 우리 아기는 행복할것 같지 않은가요? 오늘 우리 신랑이 얼마나 예뻐보이던지. 우리도 잘 살지는 못하지만 주변에 계신 어려운 분들을 돌아볼 줄 아는 부부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다른분들도요.

테마의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서
이택림 내 마지막연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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