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은 목하 염색전쟁(?)중... ##
장현숙
2001.07.09
조회 60
결혼 16년차 주부인 저는 지금 세 남자???? 와 살고 있습니다.
세 남자? 무슨 소리? 하지만 알고보면 별거 아니죠.
남편과 두 아들 이렇게 세 남자니까요.
남자1-남편 50대 초반의 무뚝뚝하고,속내 표현 잘 안하는 대구 토박이인 전형적인 경상도 남정네로 요즘 목하 큰 아들과 염색전쟁중이랍니다.
남자2-중학교 2학년인 우리집 장자. 자신의 미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올 여름방학때는 기필코 염색을 해보리라 다짐이 대단한 15살 자칭 피끓는 청춘.
남자3-초등학교 6학년 13살 우리 집에서 제일 젊은 남자. 이세상 어느 부몬들 제 자식 예쁘지 않겠는가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소년이다.
막내라서 그런지 어리광도 많고 욕심도 많지만 밖에 나가서는 맡은일을 똑 부러지게 잘 해요.
이상 세 남자와 살다보니 어디 매일 매일 조용하기만 하겠습니까?
늘 이런 저런 일들이 있게 마련이죠.
그런데 요즘 우리 집에서는 남편과 아들 사이에 염색전쟁이 벌어지고 있지 뭡니까?
요즘 길거리에 다니는 젊은이들을 보면 상당수가 염색머리를 하고 다니더라구요.
노란머리는 물론이고 빨갛고 파랗고 심지어는 백발 염색을 한 사람까지.
하긴 머리 전체를 염색 하지 않더라도 일부문만 하는 -(뭐라든가?브릿지라고 하죠? 아마,) 염색도 많이들 하고 있구요.
그러니 자칭 멋쟁이인 우리 큰 아들, 어찌 염색이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오래전부터 염색 하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엄한 아버지 무서워 내색조차 못하더니 드디어 며칠전에
"아버지, 저 드릴 말씀 있는데요.-우리 아들 지 아쉰 소리 할때면 말투가 깍듯해집니다.
"먼데 말해바라.-(무둑뚝하기도 하지.)
"저어, 방학하면 염색..."
"씰데없는 소리 하지마라."
아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무 자르듯 잘라버렸어요.
"아버지 머리 다 안 하고 앞머리 조금만 할께요."
"아버지가 안 된다고 안 했나, 학생이 무슨 염색이고? 그기 약이 얼마나 독한지 니 아나?"
"다른 아들도 다 한다는데..."
"안돼."
옆에 앉아 있던 내가
"저어, 여보 방학때만 조금 해보라고..."
"뭐라카노? 당신은 엄마가 되 갔고 아가 하자는대로 다 해줄끼가?"
아이는 끝내 눈물이 그렁그렁 해서는 제 방으로 가
난 남편에게 볼멘 소리로
"당신은 아이 기분을 너무도 몰라요."
"모르긴, 그래 학생이 염색한다는기 그기 말이 되나?"
"난 안그랬는데 자가 누굴 닮아 저렇노.끌끌..."
"누굴 닮다니? 우리 자식이니 부모인 우리 닮았겠지."-하지만 이 말은 압 밖에 내지 못하고 꿀꺽 삼켜 버렸죠.
유영재씨
남편은 KS마크, 교장선생님 이라는 자신의 별명답게 자신은 50여년을 반듯하게 살았노라고 늘 얘기하지만 자긴 그랬다치고 아무리 자식이지만 어디 부모하고 똑 같이 사는 자식 있나요.-하물며 아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15살인데요.
염색도 해보고고 싶고, 힙합바지도 입어보고 싶고...
하고싶은게 많을때죠.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한다고 뭐든지 그래라 할수는 없지만 ,무조건 하지 말라는것도 무리가 있는거 아니겠어요?
전 아이방으로 갔어요.
아인 입이 댓발이나 나온채 앉아 있대요.
"염색이 꼭 하고 싶니?"
".........."
"안하면 안 될까?"
".........."
난 아이에게 절충안을 내 놨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
"어떻게요?-볼멘 소리로
"있잖아 .일회용 염색 스프레이가 있다고 하던데 니가 저엉 염색 을 해 보고 싶으면 그거라도 해 볼래? "
"알았어요."
"근데 너무 튀지 않는 색으로 해라."
"그럴께요."
아이의 기분은 조금은 나아 졌고 부자간의 염색전쟁은 일단락 되었지만 그 불씨는 아직 남아 있어요.
언젠간 나와 아들의 밀약(?)이 들통 날것이고,그럼 남편은 내게 도끼눈을 뜨고 쳐다 보겠지만 그게 뭐 대수랴?
겉으론 그래도 남편 역시 아이를 사랑하니까 결국엔 이해해 줄것이고...
어쨋든 지금 우리 집은 목하 "염색전쟁"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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