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의 슬픔
최미숙
2001.07.09
조회 31
유영재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유영재 선생님은 혹시 미장원을 지나치다가 [곱슬머리를 찰랑찰랑 머리로 펴 드립니다,] 라고 쓰여있는 현수막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그 현수막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미장원으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이 머리도 그렇게 될까요?" 하면서..........
내 평생에 있어 한번도 해보지 못한 생머리..... 한번만이라도 찰랑찰랑한 생머리를 해봤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머리가 너무 짧아서 인지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그렇지 내 팔자에 무슨 생머리를............
그러니까, 30년이 훨씬 지난 어린 시절 우리 어머님께서도 곱슬머리인 딸이 걱정되었던지 "숙아, 이리와 봐라"
하면서 바로 짙은 산에 고속도로를 바로 깎는 기계를 들고 계셨습니다.
"자 와서 머리 깎자"
"머리를 세 번을 깎으모 니머리가 참말로 좋아지는 기라"
"그러께네 머리 숙이고 가만히 있어봐라 하시더니 노랗고 곱슬한 머리를 시원하게 깎아 바로 하얀 달걀로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빡빡 머리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까불까불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아뿔싸,!!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키가 작아서 발꿈치를 약간 들어야 그나마 나지막한 돌담 밖이 조금 보였는데 마침 아이들 소리가 들리기에 돌담 밖을 보았더니 오빠 친구들은 빡빡 깎은 머리를 하고 있는 저를 보고 오빠로 알고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오빠친구들은 막 놀려댔습니다.
"미숙이는 머시 마래요..!! 얼래리, 꼴래리, 얼래리. 꼴래리........."
하며 막 놀려 댔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도 저는 퍼질고 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그 광경을 보신 어머니가 오빠친구들을 쫓아버렸지만 저는 집밖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 머리가 다 자랄 때까지............
리로........ 또 조금 길을 만하면
"숙아, 이리와 봐라"
"빡빡 머리를 세 번해야 새까맣고 부드러운 머리가 될 끼다."
하시면서 또 몽실몽실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안하끼다 안하끼다 발버둥 쳤지만 학교에 들어가기 전 까지 깎을 거라고.. 조금 자랄 만 하면 깎아 버리그러나 설상가상으로 또 어머니께 꼼짝없이 잡혀 또 빡빡 머곤 하셨는데.....
지금은 새까맣고 좋은 머리가 됐냐구요.? 아니에요. 하나도 변함없는 뻣뻣한 돼지머리 곱슬곱슬한., 틀림없는 파마 머리 자체입니다. 두분 제 머리 스타일 궁금하시죠.
20년을 한번도 바뀐 적 없는 숏 커트머리 아예 지긋지긋하기까지 합니다.
남들은 내 머리를 보면 이렇게 듯 얘기합니다.
"숙아! 니는 파마 안하께네 돈 안 들어서 참 좋것다. 그 돈 모아 갖고 오대에 썼노. 참말로 희한하다. 안 그렇나.....그자"
"맞다, 맞다."
"어이구 멀쿠고 있노. 나는 안만 돈이 들어도 머리 길게 길라가꼬 머리 파마 한번 해보는 기 내 소원이다. 알것나 인자는 내 앞에서 함부래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알것나. 스트레스 받는다."
"알았다 인자는 말 안 하께"
하며....약속을 하곤 합니다. 말 안 하기로.......................


주니어 리퍼블릭-씹던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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