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덕!!! 얘들이 발이 달렸습니까?
강필임
2001.07.09
조회 28
사람들은 아니 제 친구들은 ''건망증''에 대해
''중년의 선물(?)''처럼 즐겁게
그것도 아주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얘기하곤 합니다.
저는 그 대열에 끼여 있어도 내게는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요.
왜냐구요?
중년의 나이와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아기자기한 미모(미안하게 생긴 모습)에다....
공부(인생)를 늘상 하고 있던 터라 건망증에 대해서만은
" 어머머!...그럴수도 있니? "
" 세상에 그런일이..."
" 믿어지지가 않는다 얘! "
" 그게 니가 한 행동이니? "
" 병원 가봐야 하는거 아니니? "
라는 감탄조의 박자만 맞춰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전조 증세 비슷한 몇가지 건수가 있었으나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요.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고 버스를 타기에는 아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라서 아이가 학교 갔다 오면...
첫인사가 보통은
"잘 다녀왔나? 버스 타고 왔나? 걸어 왔나?" 라고 했어야 했는데...
"잘 다녀왔나? 버스 타고 왔나? 기차 타고 왔나?"라 했지요.
여기에서 기차가 왜 나옵니까?
이것이 전조 증세 1 이라고 치면....
2. 손에 들고도 찾는다든지.
3. 생각했던 자리로 다시 돌아 가 본다든지.
4. 메모장에 적어둔 것조차 잊는다든지.
5. 전자레인지에 데워둔 음식을 다음 음식을 데울때 까지 방치해 둔다든지.
이런 사소(?)한 것들을 요즘에 핑계되기 좋은~~ 날씨탓으로 돌리고 ....
지난 주말엔 가족과 충북 단양군에 있는 온달동굴을 다녀왔습니다.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의 일화를 놀이로 풀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마련해 놓아서
우리는 동굴을 들어 가기전에 극장에서 맛볼 수 있는 본영화
전에 나오는 예고편을 보는 기분을 느끼며 광장에서 한참을 보내고...
본영화에 임하는 자세로 바깥공기를 잊고
서늘한 동굴을 한시간 정도 순회하며 나왔지요.
뭐, 여기까진.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반과정이구요.
이반과정으론 관광지의 특산품 가게를 돌아보는 것이지요.
가게들은 아이들의 눈요기로 충분하지만..
내 마음을 빼앗는 곳은 역시 식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터라
아주머니들이 전을 피어 놓고 나란히 더덕을 까고 계시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구경을 하면서...
삼계탕에 넣을 황기며. 햇보리. 산나물들을 사면서
도라지 먹던게 조금 남았으니 더덕은 사지 말아야지...
AND ~~~~~~~~~~~~~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남편과 아이들 곁으로 와서는
" 더위 먹지 말라고 삼계탕에 넣을 황기 샀고,
가스 배출을 원활히 도와주는 보리쌀도 다른곳보다 싸서 샀고,
당신 좋아 하는 산나물도 샀다.
더덕은 사고 싶었는데 도라지 먹던게 있어서 참았어...."
라며 살림을 절제하는 미덕을 남편에게 은연중에 과시하고 싶어서애교까지 부리며 말했지요.
그런데 이게 어인 일입니까?
집에 도착하여 산것들을 식탁위에 올려 놓고 풀어서 정리하려는데
아줌마들 손에서 홀딱 홀딱 껍질을 벗어 나신이 된 더덕!!!!!
더덕, 얘들이 발이 달렸습니까?
왜 검정 비닐 속에 들어 와 앉아 있습니까?
숨이 멎는듯 했습니다.
남편에게는요 그날로 얘기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밥상 올리면서 이실짓고 고백했습니다.
단, 1.2분의 시간은 육신의 교전이 끊어진 상태------
(많이 줄테니 사라고 한 대목과 아줌마가 한 웅큼 더 집어 준 장면)
-------였 었 다 구 요.
마눌님의 육신의 불협화음에 놀란
남편 가라사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합디다.
에코 혼자만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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