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립습니다.
김현주
2001.07.11
조회 40
이사를 하신다는 친정부모님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어떤그리움에 목이 메어왔습니다.
내고향마을.....장흥....
가난한 농부셨던 부모님과 할머니와 함께 살던 그곳...
다른형제들에겐 배움의 기회를...그리고 장남인 아버지에겐 땅을 남기시고 세상을 뜨신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아버진 한번도 고향을 벗어나신적이 없으셨습니다.
대학을 진학하기전까진 고향을 떠날수 없다는 아버지의 완고한 고집으로 스물이 되서야 도시로 독립을 할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내고향은 나와 내형제에게 있어선 유년시절의 모든것이 되었었는데...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며 고향을 떠난지가 벌써 19년이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기전...어머니의 정성스런 저녁상을 받고, 그속에 언뜻 스친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답답한 고향집을 벗어나고픈 기대속에, 남겨지는 가족들의 모습을 잊었었나봅니다.
언니들이 떠나간 자리를 한동안 아프게 기억하던 어린시절
그기억을 또 동생들과 부모님께 남기고 간다는 생각을 하니...미안한 마음과 함께 조금씩 고향집의 전경이 영화처럼 가슴에 닿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육남매는 하나씩 하나씩...도시로 나갔습니다.
이제는 모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일년에 한두번씩 큰행사처럼 가야하는곳이지만, 스무살...처음으로 고향집을 떠나던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변함없이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그런데...그고향이 이제는 물에 잠긴다고 합니다.
뜨거운 여름햇빛에 굵은땀을 쏟으며 자식들을 건사했던 아버지의 논밭도, 주렁주렁 탐스럽게 과일이 열리던 과수원도, 종알종알 쉴틈없이 재잘되며 다니던 초등학교도, 늦도록 뛰어다니던 마을뒷동산도...뚝을 쌓아 댐을 만들다고 합니다.
내어린시절이 고스란히 그곳에 남겨있는데...
하루에 네번 들어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던 정류장도 이젠 큰물에 잠깁니다.
쫓아낼때까지는 농사를 짓겠다던 부모님도 이번농사도 포기하시고 떠날채비를 하십니다.
늙어서 더이상은 농사를 지을수 없다는 어머니,아버지...
고향집을 30분쯤 벗어난 읍내에 새집을 마련하셨습니다.
매운눈물 삼켜가며 불을 지피지 않아도 되고, 늦은밤 화장실 갈 걱정도 이젠 안해도 됩니다.
그런데...물이 잠긴다는 고향집 생각에 왜 늦도록 잠을 이룰수 없는지....
20년을 그곳에서 살다간 저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오는데...
50년을 살던 고향집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실지...
다시는 가지못할...내고향 장흥이 그립습니다.
최성빈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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