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의 선물
이범철
2001.07.11
조회 39
안녕하세요?
코발트빛 가을 하늘이 유난히 높던 1990년 11월 07일은 저희부부의 결혼기념일이 되었습니다.
결혼하고서도 가느다란 긴머리를 자랑하던 아내는 운전연습을 하다 아들과 저만 남겨두고 다시는 못 올 곳으로 가고야 말았습니다.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때 무심하게 떠나버린 아내는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하려했는지 나에게 아내와 나를 적당히 빼닮은 아들을 남겨놓았습니다.
서른을 갓 넘은 내 나이에 직장다니면서 어린 아들을 돌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커가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 아내가 그 안에 담겨있는것 같았습니다.
주위분들은 아들을 위해서라도 새 장가를 가라고 중신도 자청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생전에 유난히 질투를 많이 하던 아내를 잘 알기에 그 럴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아들 여노가 유치원 졸업반이었던 어느 날 "아빠 엄마 결혼사진에는 내가 왜 없어?"하는 겁니다.
제가 유치원엘 찾아가 엄마가 없어서 쉽게 상처를 받을지 모르니 좀 더 관심을 갖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었는데 녀석은 엄마가 비행기를 타고 아주 먼곳으로 간 줄로 알고 있어서 선생님께서 더 조심스럽다고 그러시더군요.
제 엄마를 닮아서 질투를 하는건지 사진속에 제 얼굴이 없다고 투정하는 아들을 보니 아내가 너무 야속하더군요.
그리고 얼마있어 어버이날 퇴근해서 집에 가보니 식탁위에 녀석이 종이를 오려 만든것으로 보이는 붉게 크레파스를 칠한 카네이션이 2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는겁니다.
아들에게 처음 받아보는 선물을 보고 마음이 찡하더군요.
조금만 더 오래 같이 있었어도 아들이 주는 카네이션을 받고 기뻐했을텐데.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면 주인없는 카네이션은 저를 더욱 슬프고도 기쁜 어버이날로 만듭니다.

: Always:그녀에게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