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쪽지..
손미자
2001.07.11
조회 34

''오늘은 분리수거하는 날입니다.1시까지 나오시가 바랍니다.''우리 아파트에선 한달에 세번 분리수거를 하는데 지난번에 못 했더니 큰 봉지에 가득하더군요.그렇지만 밥하다 말고 나갈 수가 있어야지요. 남편이 가게를 하는데 함께 출근했다가 오후에 학교간 아이가 올 때쯤 오거든요.그 때는 이미 분리수거가 끝나기 때문에 또 못 버리게 되잖아요.여름인데 집에 자꾸 쌓아두기도 그렇고 해서 큰 아이를 불렀지요.큰 아이는 2학년인데 7살 난 제 동생과 거실에서 팽이돌리기 한다고 정신이 없는거예요.다시 한번 크 소리로 불렀더니 그제서야 돌아봅니다."분리수거 좀 하고 와.갖고 가면 경비 아저씨가 도와 주실꺼야."가기 싫은데,지금 팽이 돌리기한단 말이예요."그러면서 인상을 쓰는 겁니다."그래,가지마.그렇게 엄마 말을 안 들어서 나중에 뭐할래?"소리를 빽 질렀습니다.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아침식사가 끝나고 큰 아이는 학교에 가고 남편과 함게 작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우리도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아까 열을 받은 때문인지 그 날따라 왜 그렇게 덥던지요.
가게 일을 접고 2시가 다 되어 집으로 왔습니다. 거실로 들어서자 거꾸로 내던져진 아이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고 아이는 나가고 없었어요."이 녀석은 가방이 이게 뭐야?공부하는 학생이 이게 뭐냐구?"아침의 일로 화가 덜 풀린 저는 없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중얼거렸어요.씩씩거리며 식탁의자에 앉으려는데 하얀 쪽지가 놓여 있는게 아니겠어요.
''엄마,저 태권도 다녀올게요.참 아까 학교 갔다와서 분리수거 했어요.''
조금 전까지도 씩씩거리던 저는 치켜 올렸던 꼬리를 내려놓으며 그 하얀 쪽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미안하고 고맙고 대견하고 부끄럽고...3,4십분후면 올 아이가 왜 그렇게 기다려지던지요
BOOM BOOM SHAKE-컬트삼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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