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고 있네." 라는 말 많이 들어 보셨죠?
바로 어제 제가 김밥 옆구리를 터뜨렸습니다.
아직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죠?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제가 생전 처음으로 김밥이란걸 만들었거든요.
2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김밥을 셀수 없이 많이 먹어 보았건만 직접 만들어 본 것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여태까지 엄마가 싸주신 김밥, 소풍때 친구들이 싸온 김밥 도시락, 단골 분식집에서 파는 김밥... 뭐 이런 김밥만 먹어 보았지 직접 만든 김밥을 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지요. 그러다가 나도 훗날에 엄마가 되면 우리 아가 소풍때 김밥을 싸줘야 할텐데... 지금 연습해 둬야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김밥 만들기에 한번 도전을 해 보았습니다.
계란도 부쳐서 길게 잘라 놓구요, 당근도 채썰어 볶아 놓구요, 단무지랑 햄이랑 어묵이랑 오이랑... 기본적인 김밥 재료를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거기에다가 치즈 김밥도 한번 만들어 봐야지... 하며 치즈도 사다가 잘라 놓구요, 참치 김밥도 맛있던데... 하며 참치통조림도 하나 사다 놓았습니다. 재료 준비 끝! 드디어 김밥을 말기 시작하는데...
김발에 놓인 김밥용 김에다가 맛소금과 참기름을 섞어 놓은 밥을 펴 놓는데 그게 참 생각보다 힘들더라구요. 김밥집 아주머니는 능수능란한 솜씨로 밥을 주걱으로 한번 퍼다가 쓱싹 쓱싹 하면 김에 밥이 골고루 얇게 잘 펴발라지는데 그게 보기와는 달리 쉽지가 않았습니다. 밥 펴바르는데만도 한 5분은 족히 걸렸을 겁니다. 휴~ 겨우 밥을 펴바르고 그 위에 온갖 김밥 재료를 얹었습니다. 계란에 햄에 어묵에 당근에 오이에 거기에다 참치까지... 그렇게 재료를 푸짐하게 올려 놓고 말기 시작하는데 밥이 너무 두껍게 깔렸는지 이게 안말아지는 거에요. 속에 있는 재료가 다 밖으로 삐져 나오고 난리가 난겁니다. 어떻게~ 어떻게~ 겨우 힘들게 말았는데 세상에~ 이건 김밥이 아니라 무슨 전봇대인거에요. 그렇게 두꺼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말아놓은 김밥인데 먹어야지... 하면서 그 두꺼운 김밥을 썰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재료가 가운데에 가지런하게 놓여야 하는데 한쪽 끝으로 몰려서 써는 족족 김이 풀려서 다 흩어지는거에요. 그래서 어떻게 먹었는지 아십니까? 그냥 반 뚝 잘라서 입으로 베어 먹었답니다.
입을 쩌~억 벌리고 그 큰 김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정말 웃기지 않습니까? 아무튼 어제의 김밥만들기는 실패하고야 말았습니다.
저요. 그냥 맛소금이랑 참기름으로 비벼 놓은 밥에 길쭉하게 잘라 놓은 단무지를 반찬삼아 먹으며 서러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흑흑!
그나저나 남은 김밥재료를 어쩌면 좋지요. 아무래도 잘게 잘라서 볶음밥이나 해먹어야겠습니다.
이정현 I Love X

김밥 만들기에 한번 도전을 해 보았습니다.
박미영
200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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