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내가...
백형희
2001.07.11
조회 26
어색함을 무릅쓰고 제 아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딸 아이가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글을 쓰곤 했는데 제가 직접 글을 써보니 참 어색하고 어렵네요.
제 아내를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지 20년 째 됩니다.
제 아내는 결혼 한 그해 첫 딸을 갖게 됐고 입덧이 너무 심한 이유로 영양실조에 쓰러지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셔도 토해내던 아내는 60Kg의 육중한 몸에서 45kg의 왜소한 몸으로 변해버렸죠.
두 딸과 막내 아들은 낳고선 아내는 점점 말라만 갔죠.
그 동안 살면서 아내를 많이 힘들게 했어요. 말로 표현 할 수없을 정도로 ...
전자제품 가게를 하다가 많은 외상값을 받지 못해 가게를 치우게 됐고 개인용달을 하게 됐습니다. 몇번의 큰 교통사고가 있었고 어느새 아내는 방광염과 신장질환을 앓게 됐습니다. 아내는 십년이 넘게 아픔을 갖고 살았습니다.
지난 달에 병이 많이 악화돼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아내는 혼자서 병원에 다녀왔고 어느날은 눈물을 흘리며 제게 말하더군요.
" 여기서 더 나빠지면 투석해야되요. 투석을 하게 되면 돈도 돈이지만 앞으로 일할 수도 없고 집에서 쉬어야만 한대요."
아내는 지금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있어요.
큰 딸이 대학생이고 작은 아이가 고3 막내가 고1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건강 할때 벌어야 한다면서 열심히 살아요.
제 아내는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 웃는 얼굴이고 자식들 앞에서는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전 자상하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사람도 아니고 아내의 투정도 받아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내이기에 아프다는 표현도 하지 않은가 봅니다.
" 여보,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언제나 든든하게 당신 곁에 있을테니
많이 아플때는 아프다는 내색도 하고 힘들 때는 힘들다는 말도 하구료.
사랑하는 우리 삼남매 착하게 커준 것고 당신의 노력이라 생각하오. 우리 지금처럼만 열심히 삽시다. 앞으로 좋은 일도 있을 거요. 당신도 건강해 지리라 난 믿고 있소. 한번도 다정하게 해 주시 못했지만 많이 사랑하오"
전람회 마중가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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