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전여전
조현미
2001.07.11
조회 43

어제는 바로 저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기쁨으로 충만한 하루였습니다.
잔뜩 흐려있던 하늘은 회색구름 사이로 반가운 해님을 보내주었고
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던 바람,,,
글쓰기에는 안성마춤인 날씨였지요.
바로 어제, 부평구청이 주관하는 여성백일장에 참여를 했었는데요,
산문부의 장원이라는 커다란 상을 받았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니, 술 약속이 있어 늦는다는 남편 대신
이제 구개월된 딸아이는 저의 낯빛만 보고도 뭔가 좋은 일이 있다고
제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는지 혼자서 소리를 지르며 좋아 난리입니다.
그런 딸아이의 축하에 잠이 들었는데
잠시 외출갔다 돌아온 비까지 제마음에 흥분을 더해주더군요.
장대같은 빗소리가 마치,
어제의 박수소리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
이 작은 은혜를 지금은 고인이 되신 엄마와 동화작가 정채봉선생님께
드리렵니다. 저에게 소질을 물려주신 엄마와,
부끄러운 재주를 곱게 다듬고 손보게 해주신 정채봉선생님이 계셨기에
이제 막 문학으로 한걸음 발걸음을 뗄 수 있었어요.
안타까운 것은 두분 다 지금은 이세상에 아니 계시다는 것이지요.
엄마는 그 힘겹던 농촌생활의 와중에서도 책을 놓지 않던 분이셨어요.
비탈밭에서 호미질을 하면서도 당신께서 옛날 외할아버지가 서당의
훈장님으로 계실 때 읽으셨다는 ''한중록''을 들려주시곤 하셨지요.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훗날, 다시 읽어보니
엄마가 육십이 넘은 혜경궁 홍씨의 애절한 마음을 그토록 강조하셨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어려운 집안 형편 와중에서도 엄마는
우리들이 책을 산다는 부탁을 드리면 없는 돈에
옆집에서 꾸어오거나, 곳간 깊숙히 숨겨둔 고추를 팔아서라도
책을 사주시고는 하셨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책 욕심이 많았답니다. 비단 저만이 아니라
우리 형제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은 ,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겐
자신의 글쓰기에 가장 영향을 준 사람들을 닮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대요.
그래서 그럴까요?
아직 부족함 투성이인 저의 글에는 자주 엄마가 등장하지요.
어머니를 주제로 해서 쓴글이 몇번이나 커다란 상을 받게 했는데
아직도 어머니를 말하자면 끝이 없음은
저의 그리움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겠지요?
또한, 이번에 정채봉선생님의 에세이''스무살 어머니''를 읽었는데요.
그 느낌은 ..... , 한마디로
눈물 이었지요.
노을 무렵의 잔잔한 호숫가에 와 있는 듯한 감동이
한동안 저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그 잔잔한 파문.... 아마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어요.
그분이 세상에 없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남자분의 눈으로 어찌 그토록 맑고 아름다운
글귀를 퍼 올릴 수 있었는지...
마음으로만 미뤄왔던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아직 다 맺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그 편지를 받아 줄 선생님이 안계신다는 사실에
올 해가 가도록 아주 많이 쓸쓸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작은 재주를 인정해주고
거기다 과분한 한마디를 덤으로 얹어 준다는 것의 행복은 참으로 큽니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의 축하박수 소리를 잊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서
내 마음에 가득한 부끄럼과 소견을 좁혀 나가야 겠어요.
아무튼 이날의 쾌거는 살아가는 동안,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조용필 끝없는 날개짓 하늘로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