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건강은 내가 챙기자!
이미애
2001.07.11
조회 34
저는 결혼 9년차 토끼같은 아들 딸 낳고 그럭저럭 사는 아낙네입니다.
애둘도 자연분만으로 쑴뿡쑴뿡 밤중에 낳고 그 다음날 점심때 바로 퇴원한 여장부랍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만 하루도 안되서 나가면 큰일 난다고 말리셨지만 저는 그 배불둑이 배만 꺼진걸로도 날아갈것 같이 가벼운데 뭐할라고 병원비만 더 나오게 있습니까?
괜찮다고 우겨서 퇴원하고 집에와서 미역국 잘 먹고 뜨끈뜨끈하게 지지면 회복도 빨리되죠, 모유도 잘나오죠.
저요 머리털 나고 지금껏 보약이라곤 입에 댄적 없어도 삼시세끼 밥 잘먹고 우리애들 돌까지 모유로 키웠습니다.
제가 다른건 몰라도 건강 하나는 자부했었거든요.
그런데 제나이 이제 30 중반을 넘어서고 보니 그동안 건강하다고 제몸을 너무 함부로 대해서 그런가 이제는 슬슬 삐걱 거리기 시작하는걸 보면 세월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지난주 시골 시댁에 큰일이 있어 2틀동안 꼬박 손님을 치루고 월요일날 새벽에 올라오니 졸리기도 하고 피곤이 밀려 오더군요.
한심 자고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기운이 하나도 없고 오뉴월 푹푹 찌는 삼복 더위에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지며 춥지 뭡니까?
어느새 몸은 열이나고 끙끙 앓는 소리가 저도 모르게 나오며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것 같지 뭐예요.
그래서 남편보고 " 나 몸살 기운이 있느것 같아 머리도 아프고 춥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했더니 " 야 네가 아플때도 다 있고 왠일이냐?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데 이 더위에 무슨 감기몸살이냐?
"혹시 꿰병아냐? 우리집 천하장사가 아프다니 어울리지 않는다야! 하는겁니다.
아니! 이 인간이 남편 맞습니까?
마누라가 아프다면 걱정하며 약이라도 사다줘야 되는거 아닙니까?
약은 고사하고 콧방귀만 끼면서 이죽거리고 있으니 정말 섭하대요.
천하장사가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 오죽 아프면 그럴까? 걱정해주는 척이라도 해야지 그 소릴 들으니 눈물이 핑돌면서 머리가 더 지끈지끈 아파오는것 같더군요.
솜이불을 뒤집어 써도 왜그리 춥고 떨려 오는지 온몸은 몸둥이 찜질을 당한것 마냥 욱신욱신 쑤시고 정말이지 제 생애에 이렇게 아팠던 기억은 없었습니다.
남편이라는 작자도 몰라주지 친정 엄마 생각이 나며 꺼억꺼억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저놈의 인간을 남편이라고 이제껏 한이불 덮고 살았으니 아이고! 내 팔자야! 나는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나냐? 아예 큰병이라도 있으면 내다 버릴 판이구만! 몸이 아프니 왜그리 서럽고 서글픈던지....
심상치 않았는지 남편이 "너 진짜 아프냐?" 하는 거예요.
"그럼 진짜지 가짜냐? 이 인간아! 이 머리좀 한번 만져봐라 주전자 물이 펄펄 끓을 정도로 뜨겁지?" 냅다 소리를 지르자 "그럼 약이라도 사다먹어?" 하는 겁니다.
이렇게 열이 펄펄나고 아파 죽겠는 사람한테 약 사먹으라고라고라~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야? 묻길래 "내비둬! 이러다 죽어 버리면 그만이지! 그럼 좋겠다. 새 장가도 갈수 있어서~" 기운도 없는데다 악다구니를 썼더니 쌍화탕하고 알약을 사다 줍디다.
약도 안먹고 "꽉" 죽어 버릴까도 생각 했지만 감기몸살로 죽었다는 사람은 못들어 봤고 제가 못 견디겠어서 그냥 먹었습니다.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악몽을 꾸면서 잠을 잤는데 별 차도가 없는 겁니다.
헌데 이 웬수댕이 인간은 저녁때가 됐는데 좀 괜찮아 졌으면 밥좀 하라는 겁니다.
정말 못말리는 인간아! 괜찮은지 한번보고 말해라! 아이고! 나죽네 끙끙끙 (앓는소리) 정말 건강하던 사람이 한번 아프면 되게 아프다더니 제가 그런가봅니다.
생전 엄마가 아프다고 누워 있느걸 못봤던 아들 딸이 "엄마 어디가 아픈거야? 하면서 이마를 만져보고 열이 있다고 물수건 해다 올려주고 그래도 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 서방보다 백배 낳지 뭡니까?

다음날 남편은 나가면서 병원에 갔다 오라고 말로는 그러대요.
그래!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 가보려고 했다. 이렇게 아파 누워 있으면 나만 손해지. 아픈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서 엉덩이에 주사도 한방 맞고 약도 제대로 지어 간만에 의료보험 혜택을 입어 봤습니다.
약발이 받았는지 좀 낳아지는것 같더군요.
작년에는 자기도 나이가 40을 눈앞에 두고 몸도 예사롭지 않다고 하길래 워낙 비만에 저도 걱정이 되어 건강 검진을 받아 보라고 했습니다.
제가 종합병원에 건강검진 신청을 하고 남편은 종합검진을 받아보니 아니나 달러!
역시나 콜레스테롤, 지방간, 복부체지방등 각종 성인병으로 인간 종합병원이 되어 있더군요.
채식위주의 식단과 운동요법과 약복용으로 이제는 어느정도 정상 수치에 가까운 몸을 만들어 놓았더니 마누라 건강은 신경을 쓰질 않는겁니다.
말로는 저보고도 한번 해보라고 하면서도 진짜 마음이 있으면 자기 검진 받으며 내것도 신청하면 어디가 덫납니까?
사실 저야 돈생각 나고 건강하다고 자부했지만 건강은 건강할때 지켜야 된다고 하잖아요.
저도 이제 결심했습니다.
내 건강은 내가 챙기자!
한번 호대게 아파 보니 정말 건강이 얼마나 소중하고 건강하다 장담말고 몸조심 해야 겠더라구요.
이제 큰맘먹고 보약도 챙겨먹고 건강검진도 필히 받아볼랍니다.
아프면 저만 손해고 제가 건강해야 사랑하는 우리가족도 잘 보살필수가 있죠.
어디 남편 믿을수가 있어야지요.
주부 여러분! 주부가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답니다
강성훈 Ture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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