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은 아가씨로 불리고픈 새댁입니다.
오늘 아침엔 배뿔떼기라고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 내가 아줌마이긴 아줌마 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려고 편지를 쓴건 아니구요 우리집 큰아들 즉 우리집 철없는 가장 얘기좀 할려구 합니다.
굳이 이런 얘기까지 해서 우리신랑 흉 안봐도 되는데요 결혼 10년차이신 우리 큰형님네 냉장고가 10년을 넘기면서 물이 흐르고 해서 이번참에 신랑을 팔아서 냉장고 한대 장만해 드릴려고 합니다. 냉장고가 안되면 작은언니네 7년된 세탁기를 바꿔 줘 볼까해서 편지를 씁니다.
저희 부부는요 맞벌이 부분데요 우리집 큰아들 즉 시댁에선 4형제 중에 막내이자 우리집엔 아직태어나지 않은 뱃속에 아이의 큰 오빠나 큰 형 쯤되는 큰아들 얘기입니다.
글쎄 우리집 신랑요 제가 직장생활하는데 무슨 무쇠덩어리가 직장생활을 하는줄 아는지 한번도 집안일을 안 도와 주는거 있죠. 세상이 이럴수는 없는 법이다 해서 제가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냈습니다. 묘안이라고 할것도 없이 당연히 해야 하는걸 했던것 뿐인데 그게 잘 먹히더라구요.
제가요 경상도 새댁이거든요.경상도 사람이 철이 없지 않아요. 그치만 제가 힘이 드는데 애교든 닭살이든 못할게 뭐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신랑에게 애교를 떨었냐구요, 천만에요 저는 한차원 높여서 시댁에 애교를 떨었습니다. 저희 시댁이 전라도 인데요 경상도 며느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투리로 애교라고 뜨는데 그게 어디 애교겠습니까? 닭살이지 그치만 전 조금 편하게 살아 볼려구 무척 애를 썼습니다. 명절에 신랑보다 먼저 올라가서 음식 하고 큰형님 비위 맞추고 아버님께 애교도 부리구요 막내며느리 잘하는게 뭐 있겠습니까? 애교(?)빼면 시체 아니겠습니까? 싶어 막무가내형 애교를 뜬후 신랑이 오기 하루전날 아버님, 아주버님, 형님 앉혀놓고 본론의 얘기를 시작했죠
"아버님 있잖아요 이사람요 저녁에 들어오면 양말도 제자리에 안두구요 밥먹을때 밥상 한번 안들어 주고요, 밥먹고 설것이는 커녕 제가 설겆이 하고 청소하고 빨래할때 이사람 거실에서 등데고 TV만 봐요" 이렇게 시작한 신랑흉을요 1시간 넘게 봤습니다. 이참에 길을 들여야 하겠기에요. 본디 저희 신랑이 막내아들이라서 아무것도 안하기로 소문이 나있었거든요 그레서 제말이 먹혀 든거죠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됐나규요 물론 저의 대승이었죠. 우리아버님 현관문 들어서는 우리집 큰아들보시더니 "막둥이 이리와바라"로 시작하시더니 한시간이 넘게 훈계에 훈계를 거듭하셨습니다. 저요 안절부절 못하는척하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야단을 맞았는데 뒤탈은 없었냐구요. 물론이죠 우리신랑이 조금 게을러서 그렇지 사람은 착하거든요. 왜 옛말에 그런말 있잖아요"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는 얘기있죠 착한 사람이니까 제가 그런 대안을 생각했지 안그랬으면 그런 생각을 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은 잘 하냐구요, 그럭저럭은 해요, 제가 배뿔떼기가 돼서 시댁에서 우리신랑에게 훈시를 많이 하고 계시거든요. 하루는 신랑이 도와주는게 조금 뜸 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아버님께서 저의 가려운데를 마침 긁어주시는 일이 생겼습니다. 일요일아침 비가 많이 와서 제가 아버님께 전화를 걸었지요"아버님 막냅니다. 비가 많이오는데 별일은 없으시죠" 저희 아버님 한참을 얘기하시더니 마침 제가 바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즘 막둥이가 맛난거 많이 사주냐. 퇴근해서 많이 도와 주기는 하냐" 하시는 겁니다. 제가 이 기회를 놓칠수 있습니까?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유 아버님 맛난건 하나도 안사주구요. 밥먹고 씽크대에 수저도 안넣어줘요" 그랬더니 아버님 "옆에 있냐" 예 " " 바꿔봐라" 그래서 제가 수화기를 얼른 건내줬죠 잠시후 우리신랑 "예 잘 할게요. 많이 도와줄께요"하면서 주눅든 목소리로 통화를 하더니 이내 전화를 끊더라구요. 그때 시간이 아마 일요일 아침 여덟시쯤 됐을겁니다. 제가 너무 많이 심했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저희 신랑이 그렇게 못하는 건 아니거든요. 저녁에 여섯시 퇴근해서요 버스타고 다니면 안된다고 꼭 퇴근 시켜주구요. 무거운거 들면 안된다고 지하수 자기가 다 떠다주고 해요, 그치만 그게 어디 제가 예뻐서 그러겠어요. 뱃속에 자기 새끼 생각해서 그러겠지요.
여하튼 저희 부부 아직 큰 싸움없이 잘 사는거 보니까 신랑이 착해서 그런것 같아요. 그런데 왜 자꾸 시댁에 전화해서 그러냐구요. 제가 애기 가졌을때 이런 대접받아 보지 언제 이런대접 받아보겠습니까?
끝으로 우리신랑에게 앞으로도 쭈욱 그런사랑과 애정을 받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이방송이 나가면 우리신랑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지 모르겠다고 할겁니다. 자기는 자기스스로가 꽤 괜찮은 남편으로 생각하거든요.
클론 기분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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