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손님이 늘 북적거립니다.
아버님, 어머님을 모시고 살다보니 동네 어른들 손님이 많고 ,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부터는 친구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들 손님까지 주를 이루지요.
사람사는 집에는 늘 사람이 끊어야 집도 번창하고 사람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간혹 며느리 입장에서는 몸이 힘겨울때는 단조롭게 사는 집이 부러울때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그래도 아직 시골 인심이라 앞집 뒷집 문 열어놓고 자그마한 것을 해도 나누워 먹곤 하지요
햇감자를 한솥 쪄 소쿠리에 담아 오이지를 썰어 가지고 나가 마실오신 할머니들께 내어 드리고, 닭죽을 쑤면 쌀 한조리 더 넣어 넉넉히 해 앞집 뒷집 대접에 퍼다 주며 의좋게 사는 것이 아직은 시골의 사람사는 모습입니다..
10년을 넘게 사는 연립주택에 아직 현관문에 이중 장치 조차 되어 있지 않고 늘 문을 열어 놓고 사는 우리집
어느날 부터인가 나에겐 기다리는 손님이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우리 3학년짜리 막내 아들에게 제일 친하다는 친구 호철이 라는 아이인데. 그 아이는 유독 많은 친구들 중에서도 예의도 바르고 인사성 또한 바르다는 것이 나의 눈에 들어와 가정교육을 잘 받고 반듯하게 자란아이구나 했지요.학교를 마치면 함께와 늘 우리 아이와 놀기에 저녁을 먹여 집으로 보내곤 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에게 우리 아이는 늘 무언가를 손에 들여 주고 하더라구요.
냉장고를 열어 요구르트, 초코파이, 음료수...를 챙겨 보내는 아이를 보고 어떤때는 학습 준비물도 넉넉히 가져가는 것을 가끔 제눈에 띄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그 아이 한테는 맑은 눈을 가진 반면 그 눈속에 촉촉히 젖은 눈과 어딘가 모르게 웃음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 만큼 말수도 아주 적어 원래 조용한 성격인가 부다 했지요.
봄소풍 때었어요.
늘 해오던 것이라 전 아이의 알림장에 선생님께 짧은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 소풍때 혹시 도시락을 챙기지 못할 학생이 있으면 우리 아이 쌀때 더 싸서 보낼테니 살짝 파악좀 해 주세요"
라는 쪽지를 보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 아이는
엄마 도시락 넉넉히 싸주고 호철이 것도 싸줘 그리곤 과자와 음료수를 하나씩 더 챙기는 것이였어요.
이유를 물으니 호철이는 작년에 교통사고로 아빠, 엄마를 다 잃고 할아버지와 어린누나와 셋이서 산다는 말과 할아버지의 노동으로 생계유지를 하고 정부에서 생활보호로 책정되어 도움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였습니다.
아직 엄마 ,아빠께 응석부릴 나이에 스스로 크는 호철이
그때서야 전 그 아이에게는 말수가 적고 눈이 촉촉히 젖여 있는 이유를 알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호철이는 늘 북적대는 우리집이 좋았던 것이지요.
한참 귀여움 떨고 사랑 받을 어린 나이에 얼마나 엄마,아빠가 그립고 보고 싶을까 생각하니 콧등이 찡해 왔습니다.
우리아이 생일날이었어요.
7월이생일이라 방학을 해 늘 자기는 친구들을 초대할수 없다고 올해는 한번만 앞당겨 해 달라는 아이의 간청에 난 그럼 엄마가 집에서 친구들 좋아하는 돈까스, 떡볶기, 김밥 등등을 준비해 줄테니 어디 너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마음껏 초대를 해보라고 했더니..
아뿔사 38명을 다 데려온 것이지 뭐예요.
그래도 집에서 한 것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신나게 먹고는 공놀이를 하다가 저녁때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 가고 아들녀석은 친구들이 가지고 온 자그마한 선물을 보며 입이 함박만에 가지고 선물을 뜯기 시작하더라구요.
선물중에는 아이들께 제일 인기 있는 이천원짜리 조립식 미니카가 주를 이루었는데 나를 아프게 하는 선물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호철이라는 친구가 가지고 온 선물..
선물속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명흠아 생일을 축하해 란 쪽지가 들어 있었지요.
그런데 포장지도 새것이 아닌 꾸긴 포장지 안에 든 선물은 자기가 만들다 만든 미니카 였습니다.
세상에 난 그만 호철이 선물을 보고는 울컥 오르는 눈물을 참아야만 했습니다.
그냥오면 어때서 어린마음에 선물을 해야겠고 가져갈 것이 마땅치 않아 자기가 만들던 미니카를 가져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난 그 아이에게 상처만 준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프면서 생일을 해준 것 까지 사치였다는 속상함까지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등교하는 아이에게 명흠아 너 어제 친구들께 받은 미니카 많은데 그중에 하나 호철이 주면 어떨까 했더니..
어머 우리 인정많은 명흠이 좀 보세요
엄마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많은데 새것으로 하나 주지 뭐 하는 우리 명흠이 너무 이쁘고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벌써 자라고 있음이 너무나 대견 스러웠습니다.
유영재씨
내년에는 꼭 우리 아이 생일 때 호철이 생일도 같이 해주려고 합니다.
고깔모자 함께 씌어서 사진도 찍어주고 아이에게 해맑은 웃음도 찾게 해 주고 싶습니다.
비록 자기 엄마에 비교하지는 못하겠지만 난 그 아이에게 내 자식에게 쏟는사랑 또한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유영재씨
자기에게 가꾸어진 울타리의 행복이 없어 사랑을 갈구하며 우리 주변에서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이 분명 있으리라 봅니다. 다시금 내 자식만 귀하다 하지말고 우리 조금만 사랑을 나누어 보았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두서없이 서민의 심금을 울리는 방송에 편지를 띄워 봅니다.
디바 골드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