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원피스를 돌리도... 엉엉
김유미
2001.07.13
조회 26

안녕하세요?
전 이제 10개월 된 딸 아이가 있는... 하지만 아직은 20대 초반인... 미씨 아줌마 김유미입니다.
결혼 전에는 절대 결혼을 하더라도 아줌마는 되지 말아야지... 하며 온갖 다짐을 다 했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
어느새 목소리는 기차 화통 소리보다 더 크며 시장가서 콩나물 500원 어치 사며 450원을 내는 그리고 버스에 자리가 나면 아이를 앞세워 달려가는... 제가 제일 미워했던 아줌마가 다 되었습니다.
근데 이런 당당한 아줌마가 된 제가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제가 집에서 입는 옷은 허리가 아주 쭉 늘어난 울 신랑 바지...
그리고 신랑이 덥다고 입지 않는 티셔츠...
가끔 목이 늘어난 예전 쫄티...
(아, 신랑의 늘어난 바지를 어떻게 입냐구요? 옷핀으로 고정시켜서 입는답니다. 화장실갈때... 얼마나 불편한지 아시나요?)

그 슬픔... 그 이야기는...

오늘은 외출을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을 불러낸 것이죠.
근데 한 육아잡지에서 우리 동네로 길거리 캐스팅 사진을 촬영하러 온 것입니다.
도치 엄마인 저... 열심히 뛰어가서 접수를 하고...
주변에 있는 다른 아기들을 보며 우리 아기(이하 경서라 하겠습니다.) 머리를 매만지고...

그 때서야 제 눈에 들어온 다른 엄마들의 모습...
아줌마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다들 아기 이모들 같았죠.
정말 멋진 엄마들이 많았습니다.
몸매도 몸매지만 집앞 슈퍼를 가는듯한 저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죠.
아... 슬퍼라...

그렇게 열심히 주변을 살피며 나를 아는 사람이 지나가지 않기만을 바라며...
그렇게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순서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어요.
제가 볼 때 다른 엄마들은 아기랑 같이 찍던데...
근데 전 울 경서 손만 잡아 주라고 하더군요.
안을려고 했더니 자연스럽게 서 있는 모습이 더 이뿌다며 그냥...
아... 또 무너지는 내 맘...

그래도 아직 어린 맘인데... 이상하다... 이상해...

점심을 한참 넘긴 시간이였지만 배는 고푸지 않았습니다.
당장 제 옷을 한 벌 사고 싶었던 거죠.
경서를 달래며 친구들를 조르며... 아울렛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전 경서 옷만 보고 울 신랑 신발만 보고...
정작 제가 산 것은 모두 경서와 오빠의 물건...
이런 모습은 되지 않을려고 했는데... 그래도 날 찾으며 살고 싶었는데...
그래서 이번엔 3(남성복),4(아동복) 층이 아닌 2층으로 향했어요.
예전같으면 제 옷을 살 생각으로 1층으로 갔을텐데...
참고: 아울렛 1층과 2층은 수준이 다름. 1층에서 젤 비싼 옷이 2층에선 젤 싼 옷...

정말 열심히 골랐어요. 그리 비싸지도 않더군요. 단돈 15000원 짜리 니트... 집에 있는 치마와 함께 너무도 입고 싶었던 니트...
근데... 살 수가 없었어요.
그냥 사기가 싫어졌어요.
경서가 졸려서 비비면 얼굴이 아플꺼야... 아기엄마니까 면티를 입어야지...
우리 신랑은 떨어진 샌들도 아깝다고 못 버리는데...
왜 이런 생각만 드는 것인지...

그렇게 다시 제가 즐겨찾는 1층으로 왔습니다.
멀쩡히 걸려 있는 옷도 많건만 전 사람들... 아니 아줌마들이 몰려있는... 옷이 그냥 잔뜩 쌓여져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저도 모르게...
찡찡거리는 경서에게 새우깡을 들려주고 열심히 비집고 들어가 원피스를 하나 건졌습니다.
히히
5000원 이라는데 정말 예뻤더군요.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았구요.

그렇게 또 멋진 엄마들의 모습을 잊고 5000원짜리 원피스를 들고 신이나 집으로 왔습니다.
당장 씻고 경서두 제 원피스랑 비슷한 옷으로 갈아 입히고 울 신랑이 퇴근하기 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뎌 퇴근... 근데 울 신랑의 한마디...
너무 길다... 덥겠다... 5000원? 그냥 천으로 써도 남는 장사네...
우와... 무너지는 내 맘...

근데 전 또 다 잊고는 우리 신랑의 너무 길어 덥겠다는 말에 원피스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바느질해서 다시 예쁘게 입고 싶어서...
열심히 자르고 보니 이게 웬일... 미니 스커트???
아... 어째 이 일을...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티셔츠를 만들자!!!
그리고 남는 천으로 경서 치마를 만들자!!!
미싱도 없건만 무슨 맘을 먹었는지 나도 모르게 재단하고 자르고...
우선 제 티셔츠를 만들기 시작!!!

근데 이건 또 웬일... 배꼽티???

넘 슬픈 하루네요. 저... 지금 그 배꼽티를 입고 있습니다.
바지는 울 신랑의 철지난... 촌스런 파란색 수영복...

내일 옷을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명동에서 팔던 3500원 짜리 바지를...

구본승 사귐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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