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수만 있다면
박주희
2001.07.14
조회 24

살아가면서 새삼스레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는데, 오늘은 엄마 얘기를 하고 싶네요.
젊어서는 허리가 휘도록 일만 하시고 지금은 연세가 쉰여섯이 다되도록 남모를 아픔을 겪고 계세요. 솔직히 이런 말 하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네요.
두분께서 들어 주실꺼죠?
5년전 여름 딱 이맘 때네요. 갑자기 엄마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단순한 우울증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정상적인 것과는 사뭇 달라지더군요. 엄마가 왜 저러시나 처음엔 모든 게 원망스럽고 화도 나고 심경이 복잡했어요. 엄만 이네 요양을 위해서 병원에 한달가량 계셔야만 했죠. 처음엔 당신이 왜 병원에 가야 하느냐며 완강하게 나오셨어요. 매일 같이 엄마를 보러 병원에 가는 심정도 그렇지만 하루 하루 약에 취해 잠을 주무시는 엄마를 보면서 애처롭고 속도 많이 상하더라구요. 가족들 모두가 애타는 마음으로 한달을 보냈고 드디어 엄만 집으로 돌아오셨어요. 엄마의 빈 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져서인지 단번에 집안은 꽉 채워지는 느낌이었죠. 모든 게 이제야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왔구나! 우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기뻐했죠. 근데 1년이 지나 또 그런 증세가 나타났어요. 비상이 걸렸죠. 하나님 맙소사! 왜 이런 일이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정말 어이가 없다는 게 이런건가 싶었어요. 엄만 평생을 약을 드시면서 안정을 취해야만 괜찮은데 문제는 당신이 당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으며 특히나 약은 잘 드시지 않고 화를 내신다는 거죠. 이런 아픔과 고통은 차라리 내가 겪는 걸로 끝났음 좋겠는데 엄마가 정신적인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시는 걸 정말 볼 수가 없더라구요. 차라리 육신의 병으로 치유라도 된다면 이런 생각도 한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가 엄만 좀처럼 잘 웃으시지도 않으시고 삶의 재미를 느끼시지 않으신다는 거예요. 간혹 엄마에게 옷이나 화장품 같은 걸 선물해 드리면 예전에 참 좋아하셨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세요. 늘 엄마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이세요. 누군가가 저 쓸쓸함을 채워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언니, 근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 딸로서 엄마의 아픔을 같이하고 조금이나마 내가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하는데, 자꾸 짜증만 나요. 저 못됐죠?
언니와 동생은 결혼해서 출가한 터라 나만 엄마 곁에 남아 있어요. 근데 저마저도 결혼하게 되면 엄마 곁에 누가 있죠? 물론 아빠도 계시고 오빠내외와 손자가 있겠지만요....
이거 아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게 얼마나 힘이 든다는 것을. 저 정말 효녀도 못되지만 엄마의 그 아픈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싶었고 낳게 해주고 싶었어요. 근데 역부족이더군요. 하나님이 계시다면 정말 따지고 싶네요. 왜 하필 우리 엄마냐구요?
죄송해요. 좋은 글 남기고 싶었는데 혹 제가 마음을 우울하게 하진 않았는지.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한결 나아졌어요. 그리고 오늘은 엄마에게 쑥스럽지만 겁엄마, 사랑해요겂 하고 꼬옥 껴안아 드릴까 해요.
최성빈 한 시간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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