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박정미
2001.07.14
조회 22
띵똥...
아침부터 왠 방송일까?...
아파트에 살아서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시작할 때 늘 들리는 벨소리 비슷한 음악이 들렸다.
"어제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에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있던 초등학생을 찾습니다.
보신 분이나 알고 계신 분은 경비실로 연락바랍니다..."
무슨 일일까?
막연하게 어떤 아이를 찾는 방송에 의아했는데 잠시후 다시 방송...
"6살난 아이가 초등학생의 롤러브레이드에 깔려 손목이 절단되었습니다.
얼굴을 알고 있으니 경찰에 연락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 - **** 번으로 초등학생의 부모님은 빨리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내 아이들을 보았다.
6살, 그리고 7살... 방송에 놀란 아이들은 내게 묻는다.
" 엄마, 절단이 뭐야?"
" ... "
"초등학생 형아가 내 친구를 다치게 한거야?"
6살난 작은 아이는 동갑은 다 친구라고 한다.
7살난 아이는 절단이란 단어가 궁금한가 보다.
"어... 어떤 형아가 6살 친구를 다치게 했나보다... 그래서 방송에서 찾나봐..."
"많이 다쳤데? 그래서 병원에 가야된데?"
계속 궁금해하는 아이들...
절단이란 단어와 아이의 상태를 짐작으로 설명하면서 내게는 많은 생각이 오간다.
얼마나 아팠을까.
부모는 얼마나 놀라고 분노했을까.
밤새 한 잠도 못자고 울면서 얼마나 아침을 기다렸을까.
왜 그런 일이...
아이는 손목을 붙였을까.
수술을 했다면 성공적으로 끝났을까...
아이들에게 다짐을 받는다.
"엄마가 저녁 늦게까지는 나가서 놀면 안됀다구 했지? 위험해서 그런거야.
약속 지켜야 한다?"
"네..."
"엄마는 너희들 아프거나 다치면 너무너무 속상해. 친구 엄마, 아빠도 그러겠다.
롤러브레이드 탈때도 조심해서 타야한다!!!"
"네~~!!"
밝게 웃으며 알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
그러나...
만일 내아이가 다른 아이를 다치게 했다면...
아...
미안하고 당황스러울 또 다른 부모의 모습이 떠오른다.
무서워서 떨었을 또 다른 아이의 모습까지...
어떻게도 보상할 수 없는 두 가족의 아픔이...
상상할 수도 상상하기도 싫은 지난 밤의 악몽같을 현실이 말이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만 잘 살면 내 가족만 반듯하면 될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닌 것을 새삼 확인한다.
아이가 또 말한다.
"엄마, 우리가 없으면 엄마도 죽을꺼야?"
"그럼, 엄만 너희 없으면 못살아... 어떻게 살아..."
" 아냐, 엄마. 우리 없어도 엄마는 죽으면 안돼, 또 애기 낳으면 돼잖아.
반찬 골고루 먹구 아빠 엄마 말씀 잘듣는 애기 낳아서 키우면 돼잖아..."
세상에...
유난히 반찬투정이 심한 두 아이라 늘 걱정이 많아 잔소리가 심했더니 애들 입에서 별 소리가 다 나온다.
"뭐라고??? 그럼 너희는 엄마 없으면 잔소리 안하구 하자는데로 다해주는 새엄마
만나면 돼겠네? 그럴래?"
"아냐 아냐, 엄마 없으면 안돼~!!!"
웃으며 품으로 들어오는 아이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어떻게 되었을까도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아마 그 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
장담할 수 없는 게 미래지만 오늘처럼 부모로 산다는 것이 멍한 느낌으로 다가온 날도 없는 듯 싶다.
아...
나의 부모님도 이런 날을 얼마나 수없이 보내셨을까......
전화라도 해야겠다.
평생을 자식 걱정에 편할 날 없이 보낸 부모님.
잘해드리는 것도 없으면서 전화도 잘 안하는 무심한 나.
얼마나 섭섭하실까...
전생의 원수가 부모 자식으로 태어난다고 했던가.
멍하니 푸른 하늘과 가문 땅을 보면서 생각한다.
잘살아야지잘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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