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픕니다.
위복자
2001.07.14
조회 27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유치원 2학년 이렇게 여러 부류에 아이들을 둔 40을 바라보는 주부입니다.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주부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중학생 아들녀석이 기말고사를 본다고 온통 촛점이 그 녀석한테 맞추어져 있습니다. 중학생도 이러는데, 고 3이 있으면 온 가족이 고 3이라는 말이 실감 날 것도 같습니다. 저희 아들은 초등학교 때 부터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학습학원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엄마와 학습지 풀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아이도 학원은 가기 싫어했구요. 하지만 중학생이 되니 엄마인 제가 슬슬 겁이나더군요. 그래서 학원이 싫다는 애를 억지로 종합학원으로 보냈지요. 학교에 다녀와서 곧바로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면, 저녁10시나 11시가 되어야 집에 옵니다. 너무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지만 집에 있으면 컴퓨터만 붙들고 있을까봐 불안한 마음에 억지로 보냈지요. 약간 통통하던 아이는 살이 쪽 빠쪘지요. 5월달 중간고사를 봤는데 점수는 형편이 없더군요.
정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지요. 아이한테 물었습니다.
"영민아, 너 학원까지 다니는데 점수가 이게 뭐야?"
아들녀석이 그러더군요.
"엄마, 학원 가면 첫 시간에는 너무 졸려요. 그리고 학원에서 해 주는데로 공부를 해야하니까 더 재미도 없구요. 엄마,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공부 할거예요."
학원 다닌지 4개월만에 끊었어요. 아이 말이 틀리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컴퓨터를 붙들고 있을까 불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은 아이가 잘 헤아려주더군요.
"엄마, 컴퓨터를 아주 안 할수는 없구요. 학원 왔다갔다 했던 그 시간 만큼만 할게요."
"그래. 엄마가 우리 아들 믿어볼께."
저희 아들 정말 기특하더군요. 정말 많이 컸어요. 컴퓨터를 한 시간 정도씩 하며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요. 시간이 조금 넘으면 제가 옆에서 제제를 시키면 잘 따라주구요.
학원에 안 가는 대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딱딱한 의자에서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앉아서 하는 것 보다 편히 공부를 하니까 좋은가 봐요. 수학은 제가 봐주는데 까지 봐주고, 모르는 것은 체크해 두었다가 학습지 선생님께 여쭈어 보면 잘 가르쳐 주신답니다.
이런 착한 아들의 소원이 있다는데 엄마인 제가 들어주지 못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몇 칠 전부터 게임 cd를 사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은 7만원이나 한다는 것이예요. 또 램인가 무엇을 깔아야 그 cd로 게임을 할 수 있어서 거의 10만원의 돈이 든다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비싼 것은 살 수 없으니까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지요.
"엄마, 내 용돈을 모아서 살테니까 용돈 넉넉히 주세요."
어디 cd 사라고 용돈을 더 줄 수 있습니까? 아빠는 공무원에 아이들이 셋이나 되는데요.
어제 학교를 다녀온 아이의 어깨가 축 쳐져있더군요. 걱정되어서 물었지요.
" 어디 아프니?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시원한 수박 줄까?"
아이는 고개만 젓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더군요. 잠시 후에 걱정이 되어서 아이한테 가보았지요. 공부를 하고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울고 있더군요.
"영민아, 왜 우는 거야? 공부하기 힘들어서 그래? 엄마한테 이야기 해봐."
"엄마, 학교에서 아이들이 그 게임 이야기만 해. 나는 그 것을 안해봐서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그래. 그랬구나. 우리 영민이가 친구들 틈에 끼지 못해 많이 속상했겠구나."
"엄마,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
저는 할 말을 잃고 아이와 울어버렸습니다. 저도 가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남들이 놀 때 그 춥던 작년 겨울에 일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3월달부터 집에서 일을 하게 되어 그 수입이 제 것이 되었습니다. 한복을 만드는데 계절을 타는 일이라서 5월까지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3월 한 달 일한 돈은 받았지만 그 뒤로 일 한 두 달 치는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지요. 내 손으로 벌어서 아이들 학원에 보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하나씩 다녔던 학원을 모두 끊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정말 열심히 저녁 한시, 두시까지 일을 했지요. 아이들 돌보지 못하고 집안 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코피 흘려가며 일을 했는데...
조금 전에 아이한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갈 때는 기분이 많이 풀리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영민아, 미안하다. 너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해. 엄마, 아빠도 열심히 노력하지만 너에게 비싼 cd를 사줄만큼 여유가 생기지 않는구나. cd게임으로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을 거야. 모든 아이들이 그 cd를 갖고 있지는 않을테니까. 그럼 너는 그런 아이들과 어울리면 되지 않을까? 엄마는 아들을 믿을께. 그리고 사랑하구.''
아이한테 여러가지 예를 들어가며 우리 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는 친구들 이야기도 메일에 남겨 놓아습니다. 제가 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고 나니 제 마음도 풀리는 것 같습니다.
신승훈 그대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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