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 뉘엿지고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 오를때, "메리야,바둑아,
등 개를 부르는 소리가 동네 여기 저기에서 들려온다.
우리집에도 발바리종인 "이쁜이"라는 개가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5~6년전 집집마다 개를 키우는 그러한 시절 이었다.
유난히 초롱초롱한 눈을 가지고 얼굴이 갸름 하면서 흰색바탕에 누런점이 있던
이쁜이는 암컷 이었다. 얼마나 영리 했는지 처음보는 사람 이라도 내가
"이쁜아, 이분은 집에오신 손님이야 짓지마" 하고 말을 해주면 그 말을 듣고
얌전히 앉아 있던 그런 개 였다.
어느날 아침에 이웃에 사는 아저씨가 우리집에 와서는 엄마에게 "누님 저 이쁜이
개장수한테 팔아버리지 뭐" 하고 농담삼아 말을 하고 갔는데 그말을 알아 들었는지 이쁜이는 하루종일 밥도 먹지않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온 동네를 찾아 다녀도 나타나지 않은 이쁜이는
"이쁜아 절대로 너 팔지 않으니까 이제 그만 나와라" 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밭고랑 저 끝에서 기운없는 모습으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는 것이었다.
이런일이 있은후에 이쁜이는 그 말을한 이웃집 아저씨를 볼때마다 짓어댔다.
말못하는 짐승이라도 생각은 사람과 같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여동생이 없었던 나로서는 이쁜이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보살펴 주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이쁜이는 골목어귀에서 어김없이 나를 기다려 주었다.
어느날 이쁜이는 강아지를 낳게 되었고 너무 힘들어 낑낑 대며 강아지를 낳는
이쁜이 옆에서 나도같이 울면서 "이쁜아 아프지 조금만 참어" 하면서 예쁜 4마리의
강아지를 안아볼수 있었다.
워낙 영리한 이쁜이여서 그 새끼들도 동네 사람들이 서로 달라며 인기가 좋았다.
눈이오면 눈속을 뛰어 나녔고 여름이면 우물가에서 목욕도 하고 산으로 들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나녔다.
그런 생활이 8년동안 계속 되었다. 이쁜이는 비록 우리집 호적에는 올라가지
못하는 동물이지만, 사실상으로는 우리집 막내로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갑자기 배가 아파 걸을수가 없었고 엄마는 몹시 놀라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진찰해보니 급성 맹장염 이라서 바로 수술을 했는데
퇴원을 하고 집에 오면서 이쁜이를 부르니 이쁜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인즉 내가 아파 병원에 가던날, 이쁜이도 내가 걱정 되었는지 따라 오다가
그만 차에 치여 죽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때 이쁜이는 6마리 강아지를 낳은지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다.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새끼들은 애견쎈타에 맡겼지만 6마리 모두 어머곁으로 가고 말았다.
엄마는 "이쁜이가 너 대신 하늘나라로 간거야 ! 넌 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 했을거라더라" 정말 그런것일까? 난, 너무 마음이 아파 한참을 울면서
생활했다.
지금도 발바리 종류의 강아지를 보면 나를 대신한 이쁜이가 생각난다.
지금 집집마다 기르는 개들은 외국에서 들어온 족보있는 종류이지만 25~6년전
족보없는 이쁜이는 그 어느 개 보다도 영리하고 예쁜 개였다.
이글을 쓰고 있는 동안 더욱 보고픈 이쁜이...
이쁜아 정말 보고 싶다
너도 나를 기억하고 있니?
백지영의 Blue Black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