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객년기..
홍민정
2001.07.16
조회 28
저희 엄마는 올해 48세 되시는 전형적인 주부세요.
항상 저희 1남 2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안해본 일 없이 열심히 일하셨어요.
조금 사회경험이 없으셔서 다른 친척분들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하시다가,
올해에는 엄마가 직접 식당을 차리기로 하셨어요.
엄마는 맨처음에 벼룩시장을 뒤지시며 가게를 알아보기 시작하셨어요.
여기저기 전화하시며, 엄마만의 가게를 위해 열심히 알아보셨죠.
t.v를 보면서도, 외출을 하셔서도 엄마의 가게를 계획하시며 열심히시더라구요.
저는 그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활력있는 엄마의 모습에 저희 가족 모두 환하게 웃음을 짓는날이 많았습니다.
저희 남매가 다 커버리고 다들 자기일을 가지고 있어서, 엄마와 함께하는 날이 적어졌거든요.
엄마도 일을 가지시고 어딘가에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시는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드디어 엄마가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리셨어요.
가게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엄마와 큰엄마가 함께 경동시장에 작은 한식집을 내기로 한거에요.
사실 저와 가족들은 조금 더 크고, 회사근처의 깨끗한 가게를 하시기를 원했지만,
몇일동안 생각하시고 생각하신 엄마는 그곳이 마음에 드셨었나봐요.
가게는 드디어 오픈을 하였습니다.
떡도 돌리고, 여기저기 스티커도 붙이며 홍보도 마쳤어요.
그리고 몇일동안 신나게 엄마가 장사을 하셨어요.

몇일후, 저희는 엄마의 표정이 점점 안좋아지는걸 발견했어요.
가게에서 이것저것 나쁜일들이 많이 벌어지는거에요.
술에 잔뜩 취해서 엄마에게 행패부리는 사람, 맛있는 밥에 괜시리 투정부리는 사람, 단돈 3500의 밥을 깎아서 먹겠다는 사람...
시장사람들이 따뜻하긴 하지만, 몇몇분들은 과하게 엄마께 싫은소리를 하셨나봐요.
이런 횟수가 늘어나자 엄마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지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속없이, 그러게 왜이리 시장 한가운데로 들어갔냐고 다그쳤어요.
워낙에 사회경험이 없으셨던분이라 그러한 일들에 대처하는 것이 조금 힘에 부치셨었던건데요.
어느날인가..
밥상에서 엄마가 식당을 그만두고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모두 놀랐어요. 아무도 어떤말도 꺼내지 못했어요.
사실저는 더 도전해보지 않고 포기하시는 엄마께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때, 정적을 깨고 아빠께서 말씀을 꺼내셨어요.
하루도 지체하지 말고 당장 가게를 내놓으라구요.
지금까지 손해본건 모두 잊으라구요.
저희는 모두 깜짝 놀랐어요.
저희 아빠는 단돈 4000원이 아까워 밥도 집에서 드시는 분이시거든요.
저축을 위하여 저희가 돈을 조금이라도 헛되이 쓰는 기미가 보이면 굉장히 언쨚아하세요.
그런아빠가, 이런말씀을 꺼내셨으니,,
엄마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어요.
저희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서러운 닭똥같은 눈물을요.
엄마의 눈물을 보니 저도 같이 울고싶어지더라구요.
사실 저도 엄마께서 돈을 버는건 원하지 않아요.
풍족하진 않지만 저희 5식구 모두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거든요.
언니도 직장에 다니고, 저도 얼마전부터 아주 좋은 기회를 얻어 전공관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동생도 이미 다 컸구요.
엄마가 즐겁지 않은 일은 저희 가족 모두 반대한다는 공통된 의견이에요.
그런데 언니와 동생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저희의 생각을 돌아가면서 한번씩 말하자, 엄마는 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어요.
그래도 엄마는 돈을 벌어서 더 큰집으로 이사도 가고, 저희 공부도 대학원까지 시키고 싶으셨나봐요.
엄마는 울다가 지쳐 그날 하루종일 누워계셨어요.
그리고는 ''인생을 헛살았다. 인생을 헛살았어''라고 한탄을 하시더라구요.
지켜보는 저희는 너무 안타깝고 어찌할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유리상자 아기새의 작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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