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에 관한 짧은 소중한 추억
한병환
2001.07.16
조회 13
안녕하십니까?
저는 30대초반의 직장인입니다.
요즘에는 길거리에 10원짜리 동전이 떨어쪄 있어도 다른 사람 눈치 보면서 애써 주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니고 다니기도 귀찮고 주머니 안에서 찰랑거리는 소리도 그리 좋아들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그러고 보면 우리 생활에서 10원짜리 동전은 이미 천덕꾸러기가 된지 오래된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 부터 25년전 제가 초등학교도 가기전 형과누나들이 자취하던 집에서 무료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때에는 호주머니에 10원만 있으면 세상을 다 얻은양 마냥즐거웠던 적이 있었습니다.저의 고향은 현해탄에 있는 조그만 섬마을이었는데 형과 누나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모두들 목포라는 도시에서 자취를 했었습니다.더구나 시골에 농사일이라고 바쁘면 저까지도 도시에 있는 자취방에 맡겨지곤 했습니다.
제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엄마는 시장에 다녀오신다고 하고서는 부두에서 배를 타고 시골로 가시곤 했었는데 그 때 마다 보채는 저는 누나 등에 업서 간곳은 집아래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 였습니다.냉장고가 귀하던 시절이라 여름에는 아이스케끼라고 하는 얼음과자를 길쭉한 네모난 아이스 박스에 넣고 팔았었죠.뽀드득 거리는 얼음주머니를 들춰내면 차가운 냉기때문에 푸석거리는 아이스케끼들이 저를 반겼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저는 울음을 뚝 그쳤으니까요.
아이들이 그러듯이 저는 다음날이면 언제 울었냐는 듯 골목에 사는 아이들과 어울려 딱지치기며 술래놀이를 하곤 했었습니다.그런데 같이 놀던 제 또래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애 엄마가 굉장히 무서워서 다른 아이들은 그 친구가 미운행동을 해도 다투거나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도 그 친구 엄마가 다른 집 아주머니와 싸우시는 것을 보았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너무 무서웠거든요.
아뭏든 그 골목에서는 요샛말로 짱인 아줌마였는데 하루는 제가 그 친구와 딱지치기를 하다가 싸우게 되었습니다.뒤엉켜 싸우다가 저는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되었지요.그만 그 친구의 코에서 코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코피를 보더니만 ''으앙''하고는 울면서 집으로 가버렸는데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이제 그 애 엄마가 아시면 큰~일 났다면서 저를 다시는 못 볼것 처럼 이야기하는 겁니다.
드디어 그 친구 엄마가 일나갔다 집에오실시간이 되자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아니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없더군요.
저는 초긴장속에 잠을 자는둥마는둥 다음 날
드디어 그 친구 엄마가 저희 집에 오셔셔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저는 겁을 먹고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는데 그 아주머니는 호랑이같이 무서운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시더니 "싸우지말고 사이좋게 지내라"하시며 과자사먹으라면서 제 손에 뭔가를 쥐어주시더군요.
아주머니가 일터로 가시며 멀어지자 저는 손을 펼쳐보았습니다.
제 손에는 반짝이는 황금색 10원짜리가 쥐어져 있더군요.
귀한 아들의 코피를 터뜨리고 아이스케끼까지 얻어먹어 죄송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토록 무서웠던 아주머니께서 저에겐 왜 그러셨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모노의 빛바랜 노트 속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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