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은 손에 쥐어진 편지~
이현주
2001.07.16
조회 28
학창 시절에 작은 이벤트는 아마 파릇파릇한 교생 선생님의 출현이었습니다.
여학교에 대학생의 남자 선생님의 출현은 정말 큰 사건이랍니다.우리는 교생 선생님이 오신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남선생님이 오실 것인가 아닌가가 제일 큰 관건이었지요.그리고 교무실의 서식 정보원인 제 친구가 얻어온 확실한 정보에 의하면 체육 선생님이 남자 선생님으로 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모두가 이 소식을 접하며 우리의 마음은 콩딱콩딱 벌렁벌렁 거리고 우리는 교생선생님의 눈길을 한번이라도 더 받으려고 얼굴과 옷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교생 선생님의 출현과 함께 우리는 우리의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정말 잘 생기시고 거기다가 키까지 크신 우리의 이상형이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의 "안영하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 애인 있으세요?"를 물었고 선생님은 미소만 지으셨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것으로 미루어 봐서 없는 것 같더라구요.
하기야 애인이 있어도 우리가 어쩌겠어요?우리에게 뜨거운 태양 아래의 채육 시간은 거의 지옥과 같았었지만 교생선생님이 오신 이후로는 천국으로 바뀌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선생님의 말을 따랐던지 아마 군인들도 이만큼은 못 할거예요.그리고 체육이 끝나면 꼭 이런 친구가 있었으니 그 친구는 차가운 음료수를 재빨리 선생님께 드리는 거였지요.얼마나 얄미던지~
그렇게 꿈같은 교생선생님의 실습기간이 끝나고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우리는 모두가 몰래 선물과 편지,그리고 카드를 준비해 왔었습니다,
절대로 서로에게는 말하지 않고 선생님께 몰래 드리려고 우리는 수업이 끝나고 각기 다른 장소에 있다가 튀어나와 선생님의 손에 선물을 쥐어드리려 했지요,
그런데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오셔서 무온가를 한명 한명에게 나눠 주었습니다.우리는 아무말 없이 그것을 받았고 펴보았습니다.선생님이 손수 쓰신 작은 편지였습니다.우리의 이름과 길지도 않고 짧게 쓰신 앞날에 희망을 바라는 작은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우리는 정말 선생님의 얼굴보다 마음이 더 따듯하고 넙ㄹ으신 것을 느꼈습니다.우리의 작은 장난과 짖궂은 질문에도 넉넉하게 넘기시던 선생님의 마음이 이 작은 편지에 한껏 베어있는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눈에는 사랑의 눈물이 맺혔고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해졌습니다.우리는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선물을 모아 선생님께 드렸고 안녕히 가세요,선생님 사랑해요,라고 크게 한목소리가 되어 외쳤답니다.
저는 아직도 선생님이 주신 작은 편지를 가지고 있답니다.조금은 촌스럽고 낡았지만 그 사랑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네요.
비-코즈 : Open Your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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