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3 수험생이랍니다. 제가 편지를 썼는데 아직까지 붙이질 못했어요. 보낼 시간이 없어서... ㅠ.ㅠ
이젠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빠른우편으로 보내야하는데 우체국까지 가라고 하는군요....
ㅠ.ㅠ
결국 이렇게 인터넷으로 쏘아올립니다. 하루동안 저희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데 제 사연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편지 속에 있던 내용과 동일하게 올릴게요.
안녕하세요. 유영재아저씨~
저는 의정부에 사는 고3 수험생 정진영이랍니다. 요즘 날씨가 점점 화창하다 못해 푹푹 찌고 있어요. 라디오 진행하시느라 많이 힘드시겠네요. 전 고3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답니다. 사실 3학년이 되어도 그다지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했어요. 고3 이라고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고 더 힘든 점도 없는 거 같아요. 굳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후배들이 조금은 부럽고, 어리게만 보인다는 점, 조금씩 닥쳐오는 현실과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는 무게감....
사실 전 이 방송이 온 국민의 가슴속으로 음파를 쏘아보내고 있는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답니다. 그래서 제대로 들은 기억이 없어요. 고3 되기 전엔 방학 동안에 가끔 들긴 했지만요. 저희 엄마가 가요속으로의 열렬한 팬이시거든요.엄마께서는 가요속으로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시나봐요. 오늘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까닭은 저희 아빠 생일 때문이예요. 물론 저희 아빠 역시 이 방송 듣지 못하시지만 엄마께서 매일 들으시니까 반드시 전해 주실 테니까요.
벌써 올해로 50세가 되신 나의 사랑하는 아빠. 저와 두 오빠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원자인 아빠의 생일이 바로 20일이예요. 경상도 남자라 그런지 조금은 무뚝뚝하고 말투도 거칠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분이세요.
저는 어릴 때 몸이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제 또래의 다른 집 아이들은 매일 밖에서 뛰어다니고 공부할 동안 전 집안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책이나 읽으면서 지냈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초 부턴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병명은 위궤양, 십이지장염, 대장염이었던가 그랬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리 심각한 병도 아니었는데 난 참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4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의 배려 아래 출석 처리를 하기 위해 아침에 교실에 들렀다 집으로 가거나, 오전 수업 동안만 엎드려 있다가 오곤 했었어요. 약을 먹어도 제대로 낫지 않아서 10일동안 대학병원에 입원해 종합검진까지 받았어요. 결과는 전과 마찬가지였고, 전 그렇게 1년을 흘려보냈어요. 그 동안 저만 힘든 게 아니었어요. 저를 지켜보는 부모님도 역시 함께 힘드셨을 거예요. 그때는 그런 생각하지 못했지만요. 5학년이 되어서도 제 생활은 그리 변하지 못했어요. 오전 수업만 받고 집으로 와서 쉬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도 않죠. 그딴 병도 이기지 못해서 쩔쩔 매다니.... 그죠? 그땐 제가 너무 지쳐 있었고, 어려서 의지도 많이 약했나봐요. 아빠는 제가 아파할 때마다 슬픈 얼굴을 하셨어요. 엄마도 마찬가지구요. 아픈 자식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초라함에 더 마음이 아프셨겠죠. 하지만 전 어느새 혼자서 툴툴 털어내고 있었어요. 병원이 제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저는 5학년 2학기 쯤 되어선가 약을 거의 먹지도 않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려고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수업만 하던 것도 이젠 다른 아이들과 동일하게 모두 마치게 되었구요. 그러면서 제 체력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는 듯 했어요. 4,5학년 때 다른 친구들 뛰는 모습만 지켜보던 운동회 날에도 6학년이 된 후에는 함께 뒹굴었고, 2년 동안 어두워져 가던 제 성격도 원래의 활발함으로 돌아왔어요.
아빠는 제가 건강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지내는 걸 보고 싶어하세요.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전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이미 제가 하고 싶은 걸 찾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도 알고 있으니까요. 제 의지로 부지런히 갈고 닦기만 하면 되는 길을 이미 발견했거든요.
저희 아빠와 엄마는 좋아하지 않지만 저는 천문학을 전공하고 싶습니다. 천문학에 관련된 것들을 보면 가슴이 뛰고 눈물까지 나려고 하거든요. 아빠는 여자는 교사가 제일이라고 하시지만 전 어릴 때부터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어요. 전 어린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예의없는 것도 싫어해서 교사가 되면 제 명에 못 살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릴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엔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요즘 학생들 워낙 버릇없고 개인적이다보니...
가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전 눈물이 나요. 죄송하기도 하고 안타까워서요. 막내지만 애교도 없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이쁘고 고운 말들을 잘 못한 거 같아요. 글로는 가끔씩 표현하지만 "사랑해요" 라는 단어를 한번도 제 입으로 말해드린 적은 없거든요.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 되어 나오질 못하거든요. 바보 같죠? 고치려 하지만 너무 어색하고 쑥쓰러워서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제 바램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큰오빠도 자신의 길을 찾는 것과, 군대에서 땀흘리고 있을 작은 오빠가 건강하게 지내는 것과, 남은 백여일의 수험시간을 알차게 보내 좋은 점수로 제가 바라는 공부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바램은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이 매일같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우리 남매로 인해 속상해하고 아파하지 않는 것이 제 바램이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한 여름에도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하시는 아빠의 건강. 요즘 살도 많이 빠지시고 술도 자주 드시는데 속상해요.
유영재 아저씨, 저희 아빠의 생일도 너무나 축하한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꼭 전해주세요. 딸 진영이가 이젠 아빠, 엄마의 큰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전해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모자이크 3집의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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