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군에 갔다온 3년(요즘은 2년)의 이야기를 평생해도 다 못한다지만 여자들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있답니다. 특히 저에게는요.
전 11살, 8살 된 사내 아이 둘을 둔 목소리 크고, 팔뚝 굵은 거기에다 남편보다 힘이 쎈 주부랍니다.
남자들의 군대 보다 더 실감나며 신비한 이야기는 여자들만이 체험할 수 있는 ''해산의 고통''이 아닐까요?
아기를 임신하는 것부터 시작해 낳는 순간까지 그 신비한 체험은 이루 말로 다 형언 할 수가 없습니다
밤 11시 ! 컴컴한 종합병원 복도를 지나 하얀 시트가 깔린 빈 침대만 가득 찬, 텅 빈 분만 대기실에 들어가니 아픈 건 잠시고 뒤통수가 서늘하며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무슨 남량특집을 보는 듯한 서늘함~~
거기다가 분만 대기실로 들어가는 저의 뒤에서 남편이 출장 가고 없는 맏딸 혼자 엄마가 되기 위해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친정 어머니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저에게 하는 위로의 말씀이라는 것이
" 얘야! 넌 차례 멀었다. 진통 오고 최소한 한나절은 지나야 아기를 낳을 수 있단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느긋이 기다리렴. 그러면 박서방도 곧 올 거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을 뒤로하고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 전 구석의 한 침대에서 거의 실신한 듯한 임산부에게 의사와 간호사가 산소 호흡기를 꼽고, 번갈아 가며 정신차리라고 소리 지르고 볼을 마구 두드리는 모습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아! 아기를 낳으려면 최소한 12시간의 진통과 산소호흡기, 링거를 꼽고 의사들의 구타(?)와 정신없는 분주함이 있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발 시간아 흘러라~~ 제발!! 그렇게 시계만 보고 고통을 참는데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마지막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스스로 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참아야지. 금방 들어온 사람이 아프다고 소리지르면 의사와 간호사들이 날 얼마나 엄살쟁이로 볼까 "싶더라구요.
그렇게 소리 한번 안 지르고 속으로 참으며 옆 침대에 거의 초죽음이 되어있는 임산부를 보고는 ''나도 저지경이 되려면 아직 10시간이 남았구나. 최소한 아기 낳기 두 세시간 전쯤 부터 아프다고 소리지르자''라고 결심에 결심을 하고 이를 악물며 참고 있는데 간호사가 오더니만 분만실로 옮기는 것입니다.
난 아직 10시간이상은 남았는데... 아직 산소호흡기도 꼽지 않았는데...거기에 실신할 정도의고통도 없었는데...뭔가 잘 못 됐다 싶어 간호사에게 " 아직 제 차례가 아닌데요" 라고 하자
간호사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아줌마! 아기 낳는데 차례가 어디 있어요. 먼저 나오는 아기를 먼저 낳아야죠!"하는 것이었어요.
결국 전 진통 시작하고 2시간만에 떡뚜꺼비 같은 맏아들을 낳았답니다.
아기를 너무나(?) 빨리 낳고 회복실에 있는 저에게 늦게 도착한 남편은 미안하다며 하는 말이 "여보! 수고 했어. 우리 아이 열둘은 문제 없겠어. 두시간만 고생하면 아들이 한 명 생기니 말이야" 하는 것이었어요.
난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산소호흡기를 꼽아야 된다고, 그때까지 고통을 참기 위해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아기를 낳다니...
"하지만 여보! 당신 보기에는 쉽게 보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 12시간 아플 고통을 전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두 시간동안 다 아팠답니다."
이브 Together`

둘째는 바보만 낳는다더니 이젠 셋째를 꿈꾸는 아줌마
정은숙
200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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