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아
이해상
2001.07.16
조회 47

일요일을 하릴없이 보내고 이렇게 책상앞에 앉아 있읍니다.
오전 오후 하루종일 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조용해 졌읍니다. 지금 다섯살난
저의 아들은부모님 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에 잠들어 있고요.

항상 아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잘해주질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픔니다.
일요일이면 목마를 태우고 공원이라도 가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피곤한
육체로 인해 다음으로 미루고 맙니다. 다음주 일요일 비가 오지 않는다면 꼭
실행에 옴겨야 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오늘은 서랍을 정리 하다가 수개월전에 앨범에 꽂아져 있던 아내의 사진을 발견 했었읍니다. 아니, 꺼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일년전 헤어진 아이엄마를
아들이 빨리 잊혀지게 하기위해 뽑아났었던 사진들..
오늘은 모두 태우던지 찢어서 없애 던지 하려고 했는데 결국, 또다시 서랍밑에
감추고 말았읍니다.
이혼을 하고 후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날이 갈수록 후회가 커지는 것
같읍니다. 제가 원해서 이혼한 것이고 그때는 그것이 보다 나은 삶이 될거라
생각해서 였읍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 엄마의 자리가 많이 그립습니다.
때로는 아이 때문이라도 완전히 헤어 질수는 없을거라 여기고 돌아 올것이라
믿었었구요. 좀더 나은 생활을 가졌을때엔 다시 합칠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구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늦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나 봅니다. 몇개월 전에는 아이의 소식을 간간히 물어오던 그녀가
어느때 부터는 전화도 없더군요. 5월5일 어린이날. 아이엄마에게 아이와 함께
대공원에 같이 가줄수 있냐고 물었더니 승낙을 하더군요. 제 아들도 몹시 기뻐
하고 좋아 했었읍니다. 어린 마음에 엄마를 볼수 있다는 것이 흥분이 되었었나
봅니다. 그런데 다음날 결국, 아이 손을잡고 혼자 갈수 밖에 없었읍니다.
아이 엄마는 소식도 없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공원에서 아빠와 엄마가 함께한 자리들을 벗어나 아이와 저는 떡복이와
오뎅 국물을 먹고 여러곳을 구경하고 돌아온 날이지요.
그날 저녁 많은 술과 함께 그날을 잊기로 했었읍니다. 잠자는 아들의 베게를
고치며...
아이 엄마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 했던 때에 잘 해주지 못한 것들 다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고요.. 그리고 저를 닮은 손자를 또한번 키우시는 부모님
께 고맙고 죄송하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NEXT의 나른한 오후의 短想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