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25일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조현영
2001.07.19
조회 18
이날이 무슨 날이냐구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원하시는 모든 분들의 공통점은
대개가 그 시절에 대한 후회 내지는 피해의식?으로 기인한다는 것이겠지요? 저도 예외가 아니랍니다.
1999년 12월 25일은 저의 결혼식 날입니다.
우린 15년이란 세월을 아주 오랜연인으로 만나오다가
드디어 한이불을 덮게 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달콤+감미롭기 그지없으리라던 신혼은 날마다의 술잔치로 이어지더군요. 마시는 사람이야 그렇다지만 그 날마다의 술잔치의 여흥 끝엔
선술집을 연상케하는 어지러운 풍경과 온 집안에 진동하는 술냄새로
마치 저는 저희집이 술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까지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그나마 허니문베이비가 생기고 아이가 태어나자
잠시 남편의 술버릇은 좀 나아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일주일을 입원해 있던 내가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다시 옛날의 악몽은 되살아 난 겁니다. 득녀를 축하한다는 명목하에
친구부터 시작해 직장동료들의 방문이 날마다 이어지는 통에
저는 거의 삼칠일을 술상차리는 일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몸조리도 못 했답니다. 저의 남편..... 그도 처음엔 이러지 않았답니다.
제가 부르면 그시각이 새벽이 가까운 시간이든, 아침을 바라보는 꼭두새벽이던 달려와 주던 그사람....
그 사람은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결혼 전에는 여자가 술한잔 못마셔도 멍청이 같다면서 함께
대작하기를 부추키던 그가, 열받은 김에 술자리에 끼어 들기라도 할라치면 가재미눈이 되어가지고 난리부르스랍니다.
제가 다시 그시절로 돌아간다면,,,
예전에 믿었던 남편의 입에 발린 말에 멋지게 반박하렵니다.
그리고 우아한 싱글을 선택하겠습니다.
아이에게 좀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이도 생기기 전이니 뭐, 죄책감이 그리 대수롭습니까??
우리 남편 옛날엔 이랬답니다. 자신의 고객중에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가 있었는데 한번은 우연찮게 그집엘 갔답니다. 마침 나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참이라 심심풀이로 점을 보았는데,
점장이 왈,,,,,,,,''지금 만나는 그녀가 매우 똑똑하고 현명하니 그녀랑 살려면 공처가 소리를 감수해야 한다''고 ......
그러면서 매우 기분이 좋은 눈치였어요..
그런 그에게 속았지요. 어제도 그는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답니다. 어지간히 지쳐가는 저로서는 이제 잔소리 할 기운도 없답니다.
요즘 들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어요, 남편에게.
''왜 예전에는 그렇게 자상하고 그러더니 요즘은 그모습 다 어디갔느냐고? 난 속았다~''하구...
그랬더니 이남자가 뭐라는 줄 아세요?
그때는 정말 자기가 최선을 다했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못하니 기대도 말라면서.....
아~~~~
이 억울한 심정,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토이 마지막 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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