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채집
백은경
2001.07.20
조회 26
여름방학 선생님이 내주신 곤충채집 숙제를 하기위해 들로 산으로 곤충을 찾아 해매다가 왕잠자리를 잡아서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나는 책에서 본대로 잠자리를 집어놓기 위해 하루핀을 찾았으나 그 시골에 하루핀이 있을 턱이 없었다.
궁리 끝에 내가 선택한 것은 어머니 솜이불 꿰메실 때 쓰시던 왕바늘 그것을 잠자리 등에 턱 꽃아놓고 작은 바늘로 꼬리부분을 서 너 개더 꽃아놓았다. 흐뭇해 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나를 불렀다.
“정훈아 노올자 ~”
잠자리는 팽개쳐 두고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놀이에 정신이 팔린 내가 집으로 돌아올때는 해가 누였누였 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방바닥에 있어야 할 잠자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찾아 봤지만 잠자리는 보이지 않고 달구새끼만이 마당으로 마루로 토방으로 푸드덕 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메. 닭이구나!! 식은 땀이 났다. 잠자리만 없어 졌으면 괜찮은데 바늘도 없어졌으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속으로는 초초 했지만 별일 있겠나 싶어 그냥 지나갔는데 일은 터지고야 말았다.
다음날부터 우리집 장닭이 시들시들 통 갱신을 못하는 것이었다.
어머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당시 우리 부모님은 잘해주실때도 있었지만 아이들 장난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엄하셨다.
장닭이 시들시들하기를 사흘 . 결국 어머니는 “죽기전데 장닭을 잡아야 쓰것다.”하시며 물을 끓이 셨다.
밖에서는 닭을 잡는데 방안에서 나의 속은 까맣게 타고 있었다. 어떻게 변명을 할지 그 궁리뿐인데 평상시보다 한층높은 톤의 어머니의 목소리 `정훈아` `정훈아` `아이정훈이있냐`
“예” 하고 나가보니 어머니는 그 큰바늘을 가지고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었다.
뭐라 말씀하시기도 전에 나는 `아니 나도 몰랐어요. 닭이 먹었는지 나도 진짜 몰랐당께 닭이 먹을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나는 둘러대느라고 바빳다.
어머니는 `그러게 잠자리를 잡았으면 잘 놔둬야 될꺼아니냐 ` “병아리도까고 해서 돈도사야 할것인디...” 그 뒷말은 더 이상 내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그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맛있는 닭고기를 실컷 먹을수 있었다.

※ 바늘은 닭의 모이주머니 속에서 나와서 그 후로도 오랫동안 우리집 이불을 꿰메는데 썼답니다.

히트의 EASY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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