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이런것 아닐까요
강수경
2001.08.08
조회 49

6시 되었구나
오늘도 난 어수선하게 펼쳐진 서류를 정리하며 기지개를 한번 펴고는 주섬주섬 소지품을 집어넣고 핸드백을 집어 듭니다.
사무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에어컨 바람에 싸늘해 있는 몸에 더운 공기가 한웅큼 입가로 들어옴을 느껴봅니다.

한가정의 주부란 이름아래 피곤에 지쳐 집안에 들어서도 매일 앞치마를 두르고
오늘은 무엇으로 식탁을 꾸밀까 고민을 하지만 일요일 저녁이면 난 어느집 귀부인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내남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엉성한 저녁식탁이지만 아내를 배려하는 사랑으로 듬뿍 든 정성드린 만찬의 식탁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만찬의 식탁에는 날씨에 따라 변화가 있는데 오늘같이 비가오는 날이면 감자를 썰어넣고 한석봉 어머니가 썰어놓은것에 비교하지는 못해도 다소고르지 못한 칼국수를 먹게 해줄때도 있고 어떤때는 자기만의 특별메뉴로 감동을 시켜주곤 하지요.

언제나 우리집 현관문은 열려 있기에 계단을 총총 밟고 올라서는데 매콤한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시킵니다.
열려 있지만 밖에서 현관물을 힘차게 딩동딩동 누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의 냄새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엄마왔나 보다 하지요.

엄마 왔어요 .. 하는 소리가 무섭게 나의 귀여운 아들들은 일하고 돌아오는 엄마를 반겨주는데,
방금 목욕을 했는지 삼푸냄새의 향내와 아이에게서만 느껴지는 이쁜냄새가 좋아 살짝 얼굴을 꼬집어 주며 아휴 이쁜 내새끼...하며 모자상봉을 하는동안 남편은 주방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당신 왔어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뭐하는거야?
했더니 돌아서는 남편얼굴을 보니 콧등과 얼굴 곳곳에는 밀가루가 묻혀져 있었고 ,
응 당신 좋아하는 생선 매운탕을 끊이는데 수세비 좀 뜯어 넣으려고..
난 순간 남편의 정성에 콧등이 찡해옵니다.

내 남자 역시 일주일 내내 직장에 매여 있다 일요일이면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련만 남편은 자기의 수고를 아이들께 일요일까지 일하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려고 사람입니다.
비록 주방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나의 손이 다시 가야하지만 내 남자의 마음을 헤아린 난 그저 남편의 사랑이 만들어낸 작품속에 푹 빠져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 봅니다.

설것이를 뒤로한체 뉘엿뉘엿 진 저녁하늘을 보며 난 아이들 손을 잡고 물병을 가지고 가까운 약수터로 향합니다.

제법 여름밤은 공기는 시원합니다.
남편과 난 약수터 옆에 만들어져 있는 등나무 밑에 앉아 타온 커피를 마시며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아이들을 향해 애들아 너무 멀리 가지마 해봅니다.
난 이런 자그마한 행복 때문이지 큰 행복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아끼고 살아가는 이 모습이야 말로 나에겐 큰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김원준 7집 17세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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