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초등학교만 졸업한 줄 1년전에 알았습니다.
항상 부모님 학력난에 엄마의 학력을 고졸로 쓴 나로서는 참 의아한 일이었지요. 1년전 봄, 엄마는 12시만 되면 가방을 들고 꼭 집을 나가셨어요. 어디가냐고 물어도 대답해 주시지 않으셨죠.
그러기를 며칠,
저에게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영어 내용을 물어 오셨어요. 그때서야 엄마가 중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습니다.
공부의 기회를 놓친 아줌마들만 다니는 학교인데요. 2년안에 3학년의 교과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학교였습니다.
저희 엄마는 오후반이라서 1시부터 수업을 들으러 12시에 나가는 것이었죠. 수업받으면서 모르는 영어단어가 나오니까 그제서야 실토를 하시는 거였습니다.
엄마는 어린시절을 섬에서 보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가슴 한구석에 있었다고 합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오십이 넘어서야 이루게 된 것이죠.
외할머니가 초등학교 밖에 공부를 안시켜줘서 마음속에 한이 되셨대요. 다른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때 그렇게도 공부하 하고 싶어서 몸서리 쳤던 기억들 때문에 그동안 학교공부에대해서 그렇게 주눅들어 하셨나 봅니다.
1학년에 입학한 것이 작년이었습니다. 지금은 2학년이시죠. 항상 안방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습니다. 내일 배울 단어며 숙제들을 점검하느라 공부하시는 모습이 저로써는 참 보기가 좋습니다. 엄마가 재일로 재미있어하는 과목은 영어입니다. 알파벳으로 부터 시작해서 요즈음은 곧잘 거리의 영어간판을 읽어 내려가십니다. 엄마는 자신이 영어를 안다는 사실에 매우 신기해 하세요.
저에게 모르는 단어나 발음을 너무 집요하게 물을실 때에는 사실 짜증도 납니다 하지만 신경질을 내면 엄마가 주눅들어 하시기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못하답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 드려야 겨우 이해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으십니다. 영어단어는 전자사전을 이용하십니다. 사전에서 흘러나오는 본토발음을 부지런히 따라 하시더군요.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해서 친구들이 모두 전자사전을 하나씩 갖게 되었어요.
몇달전에는 2학년이 된 기념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여행가기 한달전부터 설레여 하는 모습은 엄마가 오십이 넘은 아줌마로 보이게 하질 않았습니다. 옷사러도 같이 가야 했고 들고갈 가방도 몇번이나 바꾸러 다녀야 했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가방을 풀었다 쌌다 하며 여행가는 날짜만을 기다리셨습니다. 엄마가 수학여행을 설레여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평생에 처음가는 것이니까 당연한 거였습니다. 초등학교 다닐때 외할머니꼐서 130원이었던 여행비가 없어서 여행을 못갔따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수학여행이 설레일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엄마가 처음 치른 중간고사가 생각이 납니다. 우왕청신완을 먹은 후 시험을 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줌마들이라서 선생님께서 문제도 쉽게 출제 했건만 만점을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대요. 엄마도 실수로 몇개 틀려서 너무나 아쉬워 하였습니다. 엄마가 재일 못하는 과목은 수학입니다. 그중에서도 집합을 이해하지 못하더군요.집합이후로는 엄마가 수학을 제껴버렸씁니다. 왜 제가 수학을 그렇게 못했는지 이해가 간다고 하셨을때에는 엄마가 정말 고맙게 까지 느껴졌습니다. 엄마는 과목선생님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별명으로 부르십니다. 그모습을 볼때 내가 학교 다닐때와 별 차이가 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국어 선생님 별명은 춘돌이. 과자를 무지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과학선생님은 필기도 잘해 주시고 머리에쏙쏙 들어오게 가르쳐 주신다고 똑순이라고 부르십니다. 그런데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서 학교를 그만 둬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너무나 서운해 하셨습니다. 다른 선생님이 오셨는데도 그분만 못하셨나봐요. 요즈음은 내도록 그 이야기 뿐입니다.
저희 아빠도 너무나 열심히 도와주십니다. 한문은 전부 아빠가 가르쳐 주시거든요.사자성어로만 엄마가 이야기 할때에는 저도 못알아듣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정만 배움의 힘이 무서움을 새삼실감하는 순간이었죠.
제가 직장을 잃고 힘들어 할때 엄마의 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저에게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인 엄마가 부끄럽기는 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고 존경하기까지 되었습니다. 오십이 넘어서야 소원한 것을 이루게 된 기회를 잡은 엄마는 수학을 몰라서 쩔쩔매도 그저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늘 입에 달고 사십니다.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잡은 엄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은 학교가 붕괴되고 교사들의 위치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요즈음 많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이런 저희 엄마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윤도현밴드의 조금씩, 아주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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