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탬버린으로 매맞다
허주규
2001.08.15
조회 24
누가 노래방기계를 만들었는지 참으로 원망스럽기까지 하답니다.
음치인데다 심한 박치이기까지한 저는 노래방기계가 없던 시절에는 그런대로 제 노래도 인정받을때가 있었으니까요.
한국인이라면 타고난 박수실력과 젓가락장단으로 못맞출 박자가 없었기에
저의 제멋대로 노래도 표정으로 오버하면 청중들도 어느덧 동조해주었고
운좋으면 앵콜까지 받기도 했으니까요.
노래방기계의 등장으로 정확히 입력된 박자를 맞춘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저의 수난은 시작되었지요.
직장회식후면 으레껏 이차는 노래방으로 이어지죠.
그날도 갈비로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예약해놓은 노래방으로 향했죠.
총무과 미쓰터김의 최신랩송과 번뜩이는 댄스실력과 미쓰박의 간드러지는
트롯트 메들리는 점잖으신 사장님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드셨고 탬버린
까지 흔들며 미쓰박의 노래에 흠뻑빠져 사장님의 기분은 최고조로 업되어
가고 있었지요.
그리고 드디어 내손에 마이크가 쥐어지고 저는 고르고말고 할것도없이
알고있는 노래 딱한가지곡을 선택해 본론으로 들어갔지요.
역시나 노래따로, 기계따로, 엇박자 현상이 나타나기시작했고 좌중은 찬물
을 끼얹는 고요가 시작되더니 한두명씩 화장실에 갔다온다고, 나머지는
잡담의 시간으로 들어가더군요.
탬버린을들고 날뛰던 사장님도 머쓱해지시더니 제게 다가와 탬버린으로
머리를 탕탕 내리치시며 "이 자슥아! 넌 어느시대 사람인고? 이거하나 딱딱
못맞추나? 이리줘봐라. 노래는 이렇게 하는기라" 하시며 제마이크를
무자비하게 빼앗아 노래를 이어가는것이 아닙니까?
머리맞은 저는 아파죽을참인데 직원들은 "사장님 유머감각 끝내주신다
멋쟁이 사장님 이렇게 분위기 만들어주시는데 우리한번 신나게 놀아봅시다"
라며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드는겁니다.
그이후 장난으로라도 제게 마이크 넘겨주는 사람 한명도 없더군요.
아~ 그립습니다. 노래방기계 없던 그시절! 젓가락 장단으로도 즐거웠던
그시절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ㅋㅋㅋㅋㅋ
젝키 네겐 보일수 없었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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