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때만 되면 아빠 직업은 두 개
김은서
2001.08.18
조회 28
피서때만 되면 아빠 직업은 두 개
아빠는 올해에도 차 트렁크에 구명하는데 필요한
조끼와 도구들을 싣고 강원도 원주로 가십니다.
왜냐하면 십년 전 오빠가 고등학교 이학년 때 거기서
우리를 남긴채 가버렸습니다. 대학에 가면 좀처럼
가족과 함께 놀러가는게 쉽지 않을 것 같아 모처럼
준비한 피서였는데 도착하자마자 그래도 수영을 잘하는
오빠는 한번 기분 내겠다고 하더니 뽀르륵 뽀르륵
거리더니 머리만 조금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잘하고 있는 줄 알고 신경을 안 쓰는데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물가로 가보기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이지 않게 되자 수영을 정말 잘하시는
아빠는 물로 들어가 찾기 시작하시고 엄마는 구조대원
아저씨를 불러오시고 야단이 났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가슴은 타 들어가고 엄마는 실신 상태가 괴시고
반나절이 지나 사킬러미터나 가서야 이미 우리를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그 날의 피서는 평생 우리의
가슴을 멍들게 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엄마는 이때가
되면 얼굴이 퉁퉁 부으시고 나는 바다 피서는 꿈도
못 꾸는 일이되고 아빠는 한달 동안 구조대원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그곳이 맑고 풍경이 좋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우리 같은 아픔이
생기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하신 것이 십년이 나 되어 이제는 직업의 일부가
되셨습니다. 젊은이들이 싫어 하든 말던 준비운동에
물도 발라 주고 주의 사항도 시키고 그러십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을 도와주시는 보람에 뿌듯해 하시며
한달 동안은 아빠의 일은 뒷전이라 속상하기도 하지만
이별하는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는 우리로는 더 이상
반대만 할 수가 없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모습에
슬픔대신 흐뭇한 미소를 담고 돌아오실 아빠를
팔월 중순에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다로 피서
가시는 여러분들 조심하세요. 고생하시는 구조원
말씀 좀 잘 들어 주세요. 이것이 아프지 않는 길입니다.
행복한 피서가 되시기 바랍니다.

강현수의 태양을 향해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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