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연상의 아내와 결혼한 저의 사연입니다
김재윤
2001.08.18
조회 25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전 겨울에 한 세미나에서 저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처음 아내를 보고서 저는 호감을 가지
게 되었고, 마침 아내는 저의 학교 선배와 아는 사이여서
저는 그것을 빌미로 접근을 시작했지요. 나이를 묻는 저의
질문에 아내는 "숙녀의 나이를 눋는 것은 실례예요"라는 말
로 피해갔습니다. 그렇게 저와 아내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
다. 저는 당시 삐삐 음성메시지로 아내에 대한 연정을 녹음
해 두었고, 아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것을 녹음해 놓아
서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것을 다시 듣
는 순간, 저는 닭이 될 뻔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무척 피곤해있는 그녀에게 저녁 때 만나자
는 약속을 한 저는 장미꽃 한다발을 준비했고, 아내는 마
침 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그 꽃에 피곤을 잊고
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지요. 사귄 후에 아내의 나이를
알았지만,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나이는 조금
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요.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
고, 서로에 대한 사랑은 깊어졌습니다.
저는 드디어 저의 어머니에게 그녀를 소개했고, 함께 타이
타닉이라는 영화까지 보았습니다. 마침 저의 아내를 어머니
에게 꽃도 선물해 어머니도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그런
데 옛 드라마의 대발이 아버지 저리 가라하시던 보수적인
저의 아버지가 무언가 미심쩍어 하시다가 급기야 아내의 호
적 등본을 떼어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하신지라 어렵지 않게, 호적 등본을 손에 넣으실수 있
었던 것이지요. 저의 집안은 발칵 뒤집혔고, 어머니도 적
극 반대에 서셨습니다. 급기야 저는 집에서 쫒겨나게 되었
습니다.
저에게는 외할머니가 계셨었는데, 저는 그곳에 가서 신세
한탄도 하고, 집안 소식도 들었습니다. 아내집안에서도 나
이어린 저를 그리 미더워하지 않았지만, 워낙 딸이 좋아한
다니까, 또 나이도 있고 하니까 그래도 결혼하기를 바라셨
습니다. 아내와 처가에서는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셨지요.
저는 한번은 밤에 집에 찾아갔다가 몽둥이를 들고 나오시
는 아버지를 피해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저의 부모님의 마음도 좀 누그러지시고, 주변
의 권유로 결국 양가 부모님께서 만나게 되셨는데, 저의 아
버님은 끝내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
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있습니까? 결국 저의 부모님
은 아들보다 7살 연상인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허니문 베이비를 얻었는데 지금 돌이 지난
진욱이입니다. 이 녀석이 요즘에는 윙크도 하고, 역기- 얼
굴에 힘을 줌-도 하면서 재롱을 피우고, 지금은 저의 부모
님께서도 아내와 손자를 좋아하십니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을 겪으면서 저는 새삼 부모님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7살 연상의 아내를 뜨
겁게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깥에서 일하다가 배
가 고파 라면을 먹는데, 라디오에서 IMF로 실직한 아버지
가 바깥에서 하는 일을 맡으시고는 휘파람을 부시는 모습
을 보며 코트를 선물하기로 다짐한 딸의 사연을 듣고, 저
의 신세와 또 저의 아버님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
다.
힘든 세상 살아가며 가장 소중한건 가족인것 같습니다. 저
는 하늘이 맺어준 7살 연상의 아내와 우리 아들 진욱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신청곡:이승환의 첫날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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