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 작은 아이
이현정
2001.08.20
조회 28
어젯 밤 집으로 문득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보았고 반짝이는 작은 별을 하나 발견 했다.
도시 가로등에 눈부셔 빛을 잃었던 별들이 오늘은 왠일일까 싶어 한참동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순간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서 살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며 지난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6살때 쯤, 당시 우리집 마당엔 아주 작은 옹솥만큼이나 작은 연못이 하나 있었다. 늘 물옥잠만 떠 다니고 물고기는 없었지만 맑은 물이 가득한 예쁜 연못이었다.
연못가에 앉아 있길 좋아해서 거의 한나절을 그 곳에 앉아 보내곤 했던 기억이 있다. 조그맣던 내가 연못 속으로 퐁당 빠져버리기라고 할까봐 어머니께선 늘 걱정이셨건만..
어릴 때 생각엔 그 연못 속안 보이는 곳에 물고기가 살고 있을 건만 같았다.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내가
가버리면 나타나고 다시 오면 숨어버리는 걸 거라고
생각했다.따뜻한 봄볕을 쬐며 나른한 하루를
보내기도, 장마철엔 연못 속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물속에 빠져버린 파란 하늘과 조각 구름을 보며 웃음짓고 씨늘한 바람속에 더욱 맑아 보였던 연못을 사랑하며, 그렇게 사계절을 같이 보낸 내 작은 연못!
그리고 어릴때부터 ''빨간머리 앤''만큼이나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나! 연못가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으면 옥색 투명한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노는 못습이 그려진다. 서너마리의 은빛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면 비늘은 조각들마다 눈부신 햇살을 반사하여 나를 더욱 눈부시게 하고 퍽 살찐 몸둥이가 잽싸게 움질일 때면 물방울의 파닥거림도 느낄 수가 있었다. 언젠가 은색 잉어들이 모습을 나타낼때, 연못가엔 예쁜 화단을 만드리라. 주먹만한 돌 몇 개 주워다 경계선을 정하고 보드라운 흙 몇 줌도 깔아야지 !
연못에 각별한 사랑을 쏟았던 그 아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무언가 알수가 없는 것이 자꾸만 몸 밖으로 빠져나가버리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20여년전 보았던 별과 지금의 별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그것이 성장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잃어버린 그 무엇을 되찾고 싶다.
다시 별을 본다. 초롱초롱한 빛이 ''어린왕자''의 별 같기도 꼭 ''마르세리노''의 눈 같기도 해서 더욱 가슴 뭉클하다.
퇴색한 한 장의 사진 속에서 퍽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린 시절을 본다. 유난히도 잔잔한 별빛 아래서 오늘따라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이의 가슴에 저토록 영롱한 별빛를 심어 줄 수 있었으면.

홍성민의 What''s Tha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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