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경험담(감동 & 웃음)
박성용
2001.08.20
조회 34
최근에 제가 겪었던 일 중에 감동적이었던 일과, 재미있었던 일이 있어 여러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심정에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얘기 들려드리겠습니다..
1. 첫 번째 얘기... -감동-
광주에 사는 큰고모 집에 가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기차를 탔을 때의 일이다. 마침 방학이어서 표를 예매해 두지 않은 탓에 좌석이 없었다. 연로하신 할머님이 거의 6시간 동안을 서서 가기는 무리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기차에 올랐다.
출발역이어서 그런지 다행히 빈자리가 많았고, 얼마 동안 함께 앉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마다 언제 자리 주인이 나타날까 불안해 마음은 서 있느니만 못했다. 그건 할머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1시간 정도 지나가 마침내 주인이 올라타 우리는 얼른 자리를 내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옆을 보니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나는 얼른 할머님을 앉으시게 했다. 이제는 제법 서 있는 사람이 많았다. 할머님은 서 있는 나를 안쓰러워하셨지만 나는 자리 주인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그저 걱정스런 마음에 다리 아픈 것도 잊고 주위를 살폈다.
2시간 정도 지나 정차한 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탔고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내 주며 일어섰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저만치에서 할머님보다 더 연세 있어 보이시는 노부부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속으로 ''누가 자리 좀 내드리지...''하는데 아이들과 여행하던 젊은 부부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 나는 잠시 우리 걱정을 잊고 ''참 아름다운 세상이구나''하며 흐뭇해했다. 그리고 더욱 다행인 것은 할머니 자리 주인은 이번 역에서도 타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광주까지는 30여분밖에 남지 않았고, 승무원이 표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옆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신문만 보던 아저씨가 바로 할머님이 앉아 계신 자리의 주인이었다.
''이 아저씨가 언제부터 타고 있었던가?'' 그랬다. 바로 노부부가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던 그 역이었다. 내가 그곳에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 아마 이 아저씨는 이쪽으로 다가와 표를 꺼내고 자리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저씨는 2시간 여 걸리는 거리를 아무 내색 없이 조용히 양보했던 것이다. 바로 우리 할머님께....
젊은 부부가 노부부에게 자리를 내 드리는 모습을 보고 나는 얼마나 흐뭇해했던가? 그러면서 정작 아무 소리없이 보이지 않는 마음을 베푼 이 아저씨는 편히 앉아 계신 할머님을 보며 얼마나 뿌듯했을까? 그러고 보니 가끔씩 주무시는 할머님을 보고 살짝 웃으시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분의 마음이 내게로 전해지는 느낌을 안고 기차에서 내린 나는, 다리가 아픈 것도 잊은 채 마냥 날아갈 것 같았다.
2. 두 번째 얘기... -코믹, 유머, 해학-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친구와 둘이 지하철을 탔다. 한가한 시간이었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 우리는 한쪽에 나란히 서있었는데, 바로 우리 앞에 앉은 아저씨가 몹시 피곤한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입을 벌리고 주무시고 계셨다. 그 때 갑자기 친구가 엉뚱한 제안을 했다.
"우리, 내기하자. 내가 저 아저씨 입에 손가락 하나를 넣었다 빼면 네가 자장면 한 그릇 사라!"
평소 장난이 심한 친구였지만, 설마 공공장소에서 그러겠냐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아저씨 입에 손가락을 넣었다 빼더니 뿌듯한 표정으로 씨익 웃는 것이 아닌가. 설마, 하고 내기했던 나는 배가 아팠다. 그때 아저씨 옆에 앉아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빙그레 웃으셨다.
그런데 조금 뒤 친구는 이번엔 손가락 두 개를 넣을 테니 아까 내기했던 자장면을 곱빼기로 하자고 했다. 이번에는 못하겠지 싶었지만, 친구는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멈칫멈칫하면서도 아저씨 입에 두 손가락 넣는 일을 멋지게 성공했다. 나는 약이 올라 내심 후회스러웠다. 그러자 이번에도 아주머니는 배를 움켜잡고 웃음을 참느라 애쓰셨다.
그렇게 서너 정거장을 지나 약속장소에 도착한 우리는 내릴 채비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저씨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던 아주머니가 바로 그 아저씨를 깨우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였다.
"여보, 다 왔어요. 일어나요!"
젝키 SMILE AGAIN 꼭 들려주세요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